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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도둑 Sep 11. 2017

벨기에 브뤼셀 델리리움 펍

feat. 맥주

취해서, 그리고 대충 찍고 마시느라 사진이 꽤 흔들렸다. 같은 오줌싸개 동상이지만 비교적 인기가 없는 오줌싸개 소녀 동상에서 조금 들어가면 펍이 몰려있는 골목이 하나 있다. 그곳에서 가장 유명한 펍, 핑크 코끼리가 그려진 '델리리움'이 자리잡고 있다.


금요일 저녁의 시내에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다. 펍 주변만 사람이 바글바글했다. 델리리움은 꽤나 복잡하고 시끄러웠다. 모든 직원은 맥주를 끊임없이 내리면서 팔고 있었다. 처음에는 델리리움이라고 적혀진 것만 보고 들어갔는데, 사진과 달라서 다시 나왔다.


이 펍은 건물 하나를 통째로 쓰고 있었다. 지하 1층, 2층에도 탭이 따로 달려있었고, 나와 다른 일행은 사람이 별로 없는 곳으로 들어갔던 것이다. 다시 밖으로 나와서 가장 시끄러운 곳을 들어갔더니, 쫙 늘어진 분홍색 탭과 사람들이 보였다. 다양한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마치 핑크색 코끼리 코 같은 맥주 탭들이 인상적이다. 밑에 동그란 구멍을 누르면 물이 솟구치면서 맥주 잔을 씻어냈고 물기를 한번 털어낸 다음 생맥주를 가득 따라줬다. 그리고 거품을 깔끔하게 쳐내고 건내주는 생맥주들. 꽤나 멋들어진 풍경이었다.


함께 떠들기 좋은 일행이 있다면, 흥에 겨워서 춤을 추고 싶다면 이처럼 좋은 펍이 없을 것 같다. 그러나 만난지 얼마 안된 일행과 같이 가기는 약간 애매했다. 서로에 대한 질문만 천천히 하다가 우리는 뻘줌하게 맥주만 벌컥벌컥 마셨다.


한잔을 마시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사람이 그나마 덜 있는 곳이였다. 1층에서는 3명의 직원이 있었지만, 위에는 1명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탭도 몇개 없었다. 그곳에서 우리는 서로의 신상에 대해서 조금씩 털어놓기 시작했다. 그는 나와 약간은 비슷한 상황이었다.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하는.


맥주는 맛부터 도수까지 정말 다양해서 뭘 시켜야할지 몰랐다. 조금 더 조사해보고 갔으면 더 즐거웠을텐데 아쉬웠다. 많이 시끄럽고 복잡했던 펍은 그래도 만족스러웠다. 맥주가 맛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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