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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도둑 Mar 04. 2018

시간의 풍경

퇴근길에서

내가 좋아하는 영화, '맨 프롬 어스'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어떤 부족은 '시간'이란 개념을 '풍경'으로 봤어. 한번 보고 지나가버리면 다시는 볼수없는."


평범하디 평범한 퇴근 길에 갑자기 이 대사가 생각났다. 초등학교, 중학교를 나온 분당에서 용인으로 이사 간지 8년 째, 나는 카페에서 일을 시작했다. 카페를 향해 가는 출근길에 내가 다녔던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스쳐지나간다.


초등학교는 내가 졸업한 후, 일년 뒤에 예쁜 농구코트를 지어놨다. 중학교는 내가 졸업하기 몇달 전에 학교 식당을 완공했다. 그리고 몇년 뒤엔 멋진 운동장과 농구코트까지 말이다. 내가 등교하던 풍경과는 많이 달라졌지만, 학교에서 뛰어다니는 학생들을 보면 그 속에서 내가 보였다.


내가 등교를 하며 준비물을 사가던 문구점, 가게 아줌마와 친하게 지냈던 조그만 슈퍼마켓, 만화책을 빌리곤 하던 책방, 다니던 학원. 모든 것이 변했다. 내가 지나쳐버린 풍경 속에는 어린 내가 보인다. 이제 다시 볼수없는 풍경과 내 모습의 흔적이 보였다.


예전엔 어른이 되어 직장을 다니는 내가 상상이 안됬는데, 지금은 초등학교에 다니던 내가 기억이 잘 안난다. 내가 오늘 바라본 풍경이 또 다시 변하기 전에 사진이라도 한장 찍어둬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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