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대학을 대신해 취업을 선택했다. 그리고 일한 지 4년 만에 나는 회사를 때려치웠다.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그중에 가장 중요한 건, 다른 삶에 대한 갈망 때문이었다. 퇴사한 뒤로는 일단 놀았다. 일 년 동안 내가 회사에서 일하느라 못해봤던 것들, 국제 교류 프로그램이나 알바, 여행을 즐겼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부모님은 나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24살 먹은 애가 좋은 직장도 때려치우고 나서, 번듯한 대학교를 다니는 것도 아니고, 알바만 하고 있으니 말이다. 사실 나도 나를 걱정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겠다고 나온 회사였다. 받던 월급이 반토막이 되는 것도 힘들었지만, 무엇보다 다른 사람에게 내가 뭐하는 사람인지 설명하기 힘들었다. 나는 대학교를 다니는 ‘대학생’도,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하는 ‘취준생’도 다니였다. 그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갔던 회사를 대책 없이 때려치운 ‘고졸 백수’였다.
처음에 회사를 그만둘 때는 워킹 홀리데이를 생각했다. 일 년을 보내면서 그 모든 계획들은 이리 엉키고 저리 엉키면서 사라져 갔다. 그 끝에 부스러기처럼 남은 것은 카페에서 일하는 ‘바리스타’라는 직업과 부모님과 나를 안심시키기 위한 ‘야간대 지원서’가 전부였다. 고등학교 때 나름 열심히 공부해서 얻는 괜찮은 내신 성적으로 그나마 집에서 가장 가까운 대학교를 지원했다. 야간대학교지만 나름 괜찮을 것 같았다. 별 탈 없이 합격했지만, 합격하고 나서도 고민이었다. 지금 일하는 프랜차이즈 카페도 나름 회사인데 양해를 해줄까. 다행히 점장님과의 상담 끝에 업무에 지장 없는 선에서 대학을 다니기로 했다.
대학교는 비쌌다. 야간대도 마찬가지였다. 대체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그만큼 교육 수준이 높은 걸까, 아니면 교수들 연봉이 그토록 높은 걸까. 한 해에 800만원이나 줘가면서 대체 뭘 배우는 걸까. 회사를 다니던 시절, 대학생이 조금은 부러웠다. 왜 다들 고등학생 때는 공부하고 대학 가서 놀라고 말하곤 하니까. 대학생은 맨날 놀고먹는 줄 알았다. 정작 대학교를 간 친구들은 늘 과제와 시험에 치여 산다고 들었지만. 나는 특성화 고교 취업자 전형으로 대학교를 지원했다. 야간대라서 그런지 절반 정도는 장학금이 나왔다. 등록금과 교재비를 합해 250만 원이란 돈이 통장에서 사라졌다. 한 달에 백만원가량 버는 바리스타 월급으로는 살짝 버거웠다. 퇴직금이 아직 많이 남았지만, 한숨이 나왔다. 대학은 왜 비싼 걸까. 나는 이 비싼 대학을 꼭 가야 할까. 나에게 과연 도움이 될까.
2월 21일, 야간대 과정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 있는 날이었다. 나는 카페 마감 업무를 하느라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하지 못했다. 다른 사람들이 단톡 방에서 이야기하는 걸 들어보니 수강신청에 대해서 설명해주고 금방 끝났다고 한다. 안 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4년 동안 130학점. 그걸 들어야 ‘졸업장’이라는 종이를 받는다. 자그마치 3000만원짜리 종이다. 4년의 대학생활과 졸업 시험, 토익 점수까지 맞춰야 받는 비싼 종이. 이걸 받아야만 취업 전선에 들어갈 기회를 얻는다니 참 이상하게 느껴진다.
국가 장학금을 오래전에 신청했는데 아직도 결과가 안 나왔다. 국가 장학금이라도 받아야 텅 비어버린 통장에 활기가 돌 텐데 걱정이다. 대학을 가도 걱정, 가지 않아도 걱정이다. 야간대학교는 경영학으로 지원했다. 북카페를 차리는데 조금은 도움되지 않을까? 물론, 바리스타로 배우는 게 더 도움되겠지만 말이다.
24살에서 25살로 넘어갈 무렵, 나는 대학생이 되었다. 자그마치 5년을 돌고 돌아서 도착한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