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저리 헤맨 끝에 대학 등록금을 내고 고지서를 출력했다. 연말 정산에 반영하면 나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아버지 회사에서 등록금 지원이 있다고 한다. 조금은 부담이 덜 해서 다행이다.
2월 22일은 신입생 학번 조회가 가능하다고 한다. 5년을 돌고 돌아서 대학생, 18학번 신입생이라니. 참 신기하다. 대학교에서 취업으로 돌아선 지 5년이 지났다는 것도, 그렇게 지난 후에 결국 신입생이 되었다는 것도. 신입생으로 보내는 1년이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것 같다. 일도, 공부도, 취미 생활, 연애도. 잠을 조금 줄여야 하려나. 하고 싶은걸 다 하면서 살 수는 없겠지.
2월 23일은 신입생 수강신청 기간이었다. 야간대학교도 똑같이 수강 신청하고 수업을 듣는데, 단톡 방에서 전달해준 정보에 의하면 추천받은 과목이 몇 개 있었다. 그걸 다 들어야 18학점이란다. 경영학원론, 경영경제수학 같은 전공과목과 글로벌 영어회화, 창의적 사고와 코딩 같은 과목도 있었다. 야간대의 수강신청도 일반 대학생처럼 어려울까? 학점 받기 쉬운 수업과 어려운 수업이 또 따로 있을까? 모르는 것 투성이다. 25살에 시작한 대학 생활이라 더 당황스럽고 헷갈린다.
수강신청을 하는 날은 하필이면 직장 동료들끼리 놀러 가는 길이었다. 수강신청 때문에 조금 늦게 간다고 말하고는 수강신청을 하러 갔다. 누군가 경험자가 도와주면 좋으련만. 그런 생각을 할 때, 단톡 방에서 4학년 과대표가 등장했다. 3학년 과대도 함께. 여러 가지 정보를 주면서 이런저런 과목을 추천했고 그와 동시에 교수님의 수업 방식과 온라인 강의, 이러닝에 대한 부분도 설명해줬다.
근데, 왜 이런 걸 대학교 관계자가 아니라 학생들이 직접 하는 걸까. 경영학과에서 뭐라도 받고 이런 일을 하는 걸까 궁금했다. 대학교에 등록금을 냈고, 수업료를 냈으니 대학교와 관계된 사람이나 대학교에서 월급을 받는 사람들이 이런 일을 담당해야 하는 게 아닌가? 대학교는 대체 뭘 하는 걸까.
인터넷에서 어떤 글을 봤다. 그 글에는 대학교 후원금이 7000억이라며, 이 돈이면 축구 구단을 운영해도 남는다면서 대학교의 뒷면을 꼬집었다. 대학교를 다니게 되니 이런 글이 더 눈에 들어온다. 내 돈이 빠져나가는 걸 보고 있어서 그런 걸까.
난 학점 따위는 신경 쓰기 싫었다. 2.5점만 넘으면 취업자 장학금이 나온다. 그래서 내가 듣고 싶은 수업만 신청하고 싶어 졌다. 글쓰기나 독서, 그 외 재밌어 보이는 수업 말이다. 내가 수강 신청 가능한 것들이 뭐가 있을까. 참 궁금해졌다. 수강신청 전날, '수강신청 도우미'란걸 통해서 들을 수 있는 수업을 찾아봤다. 경영학원론, 경제경영수학, 경제학원론, 코딩, 영어.... 상당히 다양했지만 내가 들을 수 있는 수업은 한정되어 있었다. 다행히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 가능한 날이 있어서 월, 화, 수, 3일만 등교하면 된다. 3번도 꽤 힘들겠지만.
1교시부터 24교시까지 구분된 수업 시간 중에서 나는 최소 20교시, 18시 55분부터 수업을 들어가야 했다. 이런 수업 시간을 과연 지킬 수 있을까. 맨날 지각하고 그러진 않을까 걱정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전공 수업이 22교시, 20시 45분 이후부터 있다는 사실이다. 일주일 중 3일은 하루에 5시간씩 일하고, 5시간씩 수업을 듣는다.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조금은 걱정되고, 조금은 불안하다. 그리고 아주 조금, 새로운 생활에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