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등교

by 글도둑

내가 다니게 된 대학은 20살도 되기 전, 고등학교 3학년일 때, 면접을 보러 잠시 왔던 곳이었다. 5년 만에 다시 와봤던 대학이라 많이 낯설었다. 그때는 그래도 아버지 차를 타고 왔었는데, 지금은 버스를 타고 정류장에 발을 내디뎠다. 어제 왔던 비 때문에 날씨가 쌀쌀해서 따뜻한 패딩을 입고 왔는데, 대학은 산 위에 있었다. 올라가기 귀찮았다.


오랜만에 마주한 대학교를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자그마치 5년이나 돌고 돌아서 도착한 캠퍼스다. 비록 야간이긴 하지만. 내가 다니게 된 대학은 꽤 넓었다. 예전 조선소로 출근할 때 길을 헤맸던 것처럼 대학 캠퍼스에서도 길을 헤맸다. 그래도 조선소는 지도 앱에 표기가 안돼서 물어 물어 찾아갔지, 여기는 지도 앱에 나와서 비교적 쉽게 찾아갈 수 있었다.


캠퍼스 근처에는 음식점과 술집, 카페와 PC방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오피스텔이나 원룸 같은 건물도 많았다. 나름 이 근처에 오래 살았건만, 신기하게도 대학 쪽은 한 번도 와본 적이 없다는 게 신기했다. 대학 근처로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대학생들이 늘어갔다.

활기가 넘쳐 보였다. 나처럼 혼자 다니는 사람보다는 끼리끼리 뭉쳐서 다니는 사람들이 많았다. 조금은 긴장되기 시작했다. 동기들과는 아직 만나보지도 못했고, 혹시나 대학을 혼자 다니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진 않을까 싶어 걱정되기도 했다. 그래도 개강총회가 이달 9일에 있다고 하니, 그때 친해지면 되지 않을까.

과대표와 학생회는 이번 주에 온라인 투표로 진행된다고 한다. 나는 둘 다 관심 없다. 할 시간도, 여유도 없다. 수업을 따라가는데 바쁘지 않을까. 공부뿐만 아니라 다른 것들도 할게 산더미인데. 학교에는 생각보다 사람이 많았다. 오후 6시 55분에 시작되는 야간대 수업을 마치고 나서도 사람이 많을까? 그럼 학교에는 야간대 학생만 남게 되지 않을까? 이런저런 생각 끝에 상경관에 도착했다. 도착해보니 몸에 열이 올라 땀방울이 살짝 맺힐 정도였다. 한겨울이라면, 빙판길에 미끄러질 법한 경사였다.


상경관까지는 잘 도착했건만, 수업장소를 찾는 건 생각보다 어려웠다. 하나로 이어진 건물을 3개로 나눠서 조금 헷갈렸다. 기둥과 벽을 자세히 살펴보니 어디에 몇 호 강의실이 있는지 쓰여있었다. 우측과 좌측, 그리고 중앙에 강의실이 있었다. 일부러 여유롭게 도착해서 시간이 남았다. 난 천천히 둘러보며 걸어갔다. 강의실엔 사람이 없었다. 앞쪽에 앉아서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켰다. 다른 대학생들이 집으로 돌아갈 시간, 내 캠퍼스 라이프는 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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