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개강 첫날

by 글도둑

문을 열고 교실로 들어가니, 일체형 의자와 칠판이 보였다. 내가 다니던 학교 교실이 약간 커진 것 같았다. '대학교도 뭐 별거 없구나'라는 생각을 하던 찰나, 사람들이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내가 상상했던 대학 교실은 넓고 큰 계단형 강의실에 거대한 칠판이 있는 곳이었다. 영화 속에서나 보던 강의실. 상상이 조금 과했다.


몇몇 동기들은 어색함을 깨고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서로의 나이와 사는 곳이 주된 주제였다. 특히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했던 사람들끼리는 이미 친해진 듯싶었다. 나는 뭘 할까 고민하다가 글이나 쓰기로 마음먹었다. 글을 조금씩 써 내려갈 무렵, 교수님이 들어왔다. 금발의 여교수님이었다.


원어민 교수님의 등장과 함께 강의실은 조용해졌다. 자연스레 수업은 영어로 진행하게 되었고, 몇몇은 알아들었으며 몇몇은 알아 듣는 척했다. 앞자리에 혼자서 앉은 덕에 교수님께 집중이 잘 됐다. 딴생각을 하면 무슨 말인지 하나도 이해를 못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집중하게 된다. 교수님은 농담도 잘하고 유쾌해 보였다. 우리가 제대로 못 알아들어서 문제였지만.


교수님은 한 시간가량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했다. 연락처와 교재, 수업 내용, 과제와 시험, 성적에 대한 이야기가 끝나자, 그녀는 잡담과 함께 종이에 학생 번호를 적어달라고 말했다. 그렇게 한동안 동기들과 일일이 대화를 한 끝에 그녀는 다시 앞으로 나와서 말했다. 교재를 lv3에서 lv2로 낮추는 게 좋겠다고. 그 뒤엔 수업이 끝났다.


교수님은 나에게 넌 문제가 없지만 다른 동기들이 잘 못 따라올까 봐 교재를 바꾸는 거라고 말했다. 나는 영어 레벨 테스트 때, 대부분의 학생들이 테스트를 안 보면 초급 반에 갈 줄 알고 안 봤다고 말했다. 그리고 안 본 사람들이 전부 중급 반에 왔다는 것도. 수업을 마치고 교수님과 약간 잡담을 하고 강의실을 나오려고 하는데, 어느새 강의실엔 사람이 별로 없었다. 다들 빠른 속도로 도망치고 있었다.


다음 강의는 위층 강의실에 있었다. 경제학원론. 예전 사내대학에서 한번 들었던 수업이다. 그게 도움이 되길 빌며 나는 다른 동기들이 가는 곳으로 쫄쫄 쫄 따라갔다. 동기들과 친해져서 말 좀 터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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