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뒤로는 다 비슷했다. 경제학원론, 창의적 사고와 코딩, 경제경영수학, 경영학원론, 진로 설계까지. 개강 첫 주는 전부 빠르고 짧게 끝났다. 교수님께 어떻게 연락하는지, 출석은 어떻게 하는지, 그리고 강의는 어떻게 하며, 시험은 어떻게 볼 건지 대략적인 설명과 함께 기존 수업시간보다 30분에서 50분 정도는 일찍 끝내주셨다.
우리 대학교는 1학년 때는 월, 화, 수, 목, 일주일에 4번 나와야 한다. 그래도 나는 목요일을 온라인 강의로 대체, 3일만 등교하는 시간표를 짰다. 그게 생각보다 큰 것 같다. 일주일에 4번이라니. 직장인에게 그건 고문이다. 다행히, 온라인 강의는 시간 스케줄에 맞춰서 강의를 들어야 했다. 지루하게 책을 읽어주는 온라인 강의는 챕터별로 나눠져 있었다. 첫 주에는 3강까지만 오픈되어 있었다. 나는 최대한 빨리 듣기로 마음먹었다. 어차피 강의를 틀어놓고 딴짓할게 뻔한데, 빨리 끝내고 시험기간에 공부하자는 생각이었다.
아직은 어색한 강의실에 들어서면, 벌써 친해진 몇몇 무리들만 이야기를 하고 있다. 혼자 맨 앞줄에서 수업을 듣다 보니 뒤에서 떠드는 소리가 조금 거슬렸다. 인사하는 사람 몇 명을 빼고는 크게 대화도 나눠보진 않았다. 대학 생활에 휘둘릴 시간이 없어서 가급적 동기들과는 거리를 유지하고 싶었다. 대학 동기들과 술자리나 MT, 학생회 같은 건 저리 치워두고 싶었다. 생각보다 시간이 없어서 너무 바빴다.
그런 생각을 하던 중에 개강총회라는 게 잡혔다. 학과에서 진행하는 공식적인 첫 행사이자, 마지막 행사라고 했다. 그와 동시에 신입생 과대에 대해서 투표가 진행되었다. 신기하게도 두 명의 후보자가 나왔고, 한 명은 여자, 한 명은 남자였다. 투표는 빠르게 정리됐고, 여자 후보가 당선됐으며 학생회도 과대의 몫이 되었다.
학생회비는 3만 원이었다. 개강 총회는 고깃집으로 정해졌다. 가서 갈비에 냉면이나 실컷 먹다가 와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그 자리의 분위기가 얼마나 어색할지 숨이 턱턱 막혔다. 그런 분위기는 딱 질색이다. 억지로 친해져야 하는 자리, 억지로 질문하고, 대답하고 웃어야 하는 자리. 차라리 같이 과제를 하면서 이야기하는 게 더 좋을 텐데.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차를 타고 나가는 동기들과 버스를 기다리는 동기들로 나뉘기 시작했다. 몇 명은 벌써 친해져서 카풀을 하는 것 같았다. 카풀 멤버가 주로 친해져서 같이 활동하는 듯싶다. 나는 남자 동기들과도, 여자 동기들과도 조금은 거리를 두고 인사만 주고받기 시작했다. 말을 많이 하는 시간은 수업시간이 유일했다. 최소한 한 명 정도는 친해져야 할 필요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