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직 증명서를 내러 갔다. 이걸 내야지만 재직자 전형으로 들어갈 수 있다. 늘 6시가 넘어서 도착하던 대학교에 일찍 도착하니, 보던 풍경과 많이 다른 분위기였다. 활기와 젊음이 보였다. 우중충하고 어둑한 분위기 대신, 맑은 하늘과 태양이 보여서 그럴까.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밤에 거닐던 썰렁한 길이 원래는 이렇게 사람이 바글거리는 길이었구나 싶었다. 뽑아온 재직 증명서를 들고 입학 관리처로 갔다. 17시까지 한다길래, 수업 시간인 6시 55분보다는 2시간 일찍 와야 했다. 빨리 졸업 증명서를 내버리고 도서관이나 가서 책을 읽을 생각이었다.
사무실로 들어서니 회사 같은 분위기가 느껴졌다. 널찍한 공간을 여러 개로 쪼갠 파티션과 컴퓨터, 그리고 회의할 때나 쓰일 법한 긴 테이블이 가운데에 놓여있었고, 아르바이트생으로 보이는 학생이 노트북을 켜 놓고 스마트 폰을 하고 있었다.
“저기, 재직 증명서 제출하러 왔는데, 어떻게 하면 되나요?”
그녀는 살짝 당황하더니, 조심스럽게 증명서를 받아서 담당자로 보이는 사람에게 전달했다. 담장자는 확인하고 올 테니 잠시만 기다리라고 말했고, 곧이어 ‘확인되셨어요!’라며 소리쳤다. 나는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밖으로 나갔다.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 있었다. 입학처 뒤편에 있는 도서관으로 걸음을 옮겼다. 우리 대학은 산에 지어져 있어서 그런지, 계단이 참 많다. 땀이 살짝 날 정도로 올라야 한다.
계단을 오르고 올라서 대학 도서관에 도착하자, 출입구에 설치된 기계들이 보였다. 학생증을 스캔하도록 만들어진 듯싶어서 들어가지도 못하고 돌아 나왔다. 가운데엔 책상과 의자들이 놓여있었지만, 아직 쌀쌀해서 아무도 앉아있지 않았다. 이리저리 걸어 다니며 학교 구경을 할 생각으로 도서관을 나왔고, 우선 교재를 사기로 했다. 식당과 각종 가게가 있는 건물은 도서관에서 또 한참을 올라가야 했다.
이 건물에는 매점, 식당, 서점과 편의점이 입주되어 있었다. 서점엔 책과 필기구를 사려고 온 사람들이 많았다. 신입생과 재학생들이 이리저리 엉켜있고, 책으로 가득 쌓인 코너와 코너 사이가 좁아서 한 사람만 지나갈 수 있었다. 나는 얼른 교재를 집어서 계산하고 빠져나왔다. 또 갈 곳이 없어졌다. 그냥 위로 계속 걸어가다 보니 농구코트와 족구장이 보였다. 해가 슬슬 넘어가는 시간에도 운동장은 활발했다. 고등학교 때 열심히 농구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나도 여기서 농구도 하고, 운동도 했으면 좋겠건만, 그럴 시간이나 있을까. 운동장을 한 바퀴 돌고 다른 건물을 들어가 봤다. 그리고 우연히 인문관 쪽에 학생 휴게실이 있는 걸 발견했다. 여학생 휴게실은 따로 나눠져 있었다.
그곳에 들어가자 나름 큰 공간에 의자와 소파, 테이블이 놓여있었다. 조별 과제하기에 좋아 보였다. 나는 한쪽에 자리 잡고 앉아서 가져온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런 휴식 공간이 있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같이 혼자 다니는 사람에게는 꼭 필요한 장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