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부학은 꽤나 독특한 수업이다. 사람을 째고 가르고 분해한다니. 지금도 어려운데 과거에는 어떻게 했을까. 해부학의 역사와 문화를 연결해서 설명하는 이 수업은 온라인이어서 참 다행이었다. 만약, 온라인이 아니었으면, 그냥 포기했을 거다.
해부학은 180여 명이 함께 수업을 들었는데, 시험 범위와 장소는 일주일 전에 공지되었다. 강의실을 4개나 빌려서 시험을 본다고 한다. 그것도 평범한 강의실이 아니라, 계단형 강의실이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보던 거대한 강의실. 나는 시험이 시작하기 5분 전, 간신히 도착했다.
공지에는 나의 자리가 명시가 되어 있었다. 강의실에 들어가자,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노트북, 혹은 프린트를 들고 다들 열심히 공부하고 있었다. ‘이걸 이렇게 열심히 해야 했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지사항에는 시험공부는 연습 문제와 유사하게 나온다고 되어 있어서 그냥 연습 문제만 봤는데, 다른 학생들은 엄청 열심히 공부한 것 같았다. 살짝 긴장됐다. 자리를 찾으려고 두리번거리는데 교수님이 내 이름을 불었다. 내가 대답하자, 얼른 자리에 가서 앉으라고 소리치셨다.
내가 자리에 앉자마자 시험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함께 컴퓨터용 사인펜이 필요한데 공지를 깜빡했다는 말을 하셨다. 답안지가 자그마치 MRO카드였다. 고등학교 이후로 본 적 없는 카드다. 반가움과 긴장이 함께 다가왔지만, 그래도 전부 객관식이라는 점이 마음에 평화를 가져왔다. 그래, 잘 찍으면 되지. 컴퓨터용 사인펜을 빌려서 답안지를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연습 문제에서 살짝 변형시킨 문제들이 대부분이었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답안지에 마킹하기 시작했다. 나름 쉬웠다.
시험을 보는데 얼마 안 걸렸다. 경영이나 경제, 수학은 서술형에다가 어려워서 한 시간을 넘게 풀어야 했는데, 이건 뭐, 30분도 안 걸리는 것 같았다. 나는 답안지를 내고 강의실을 빠져나왔다. 밖에는 여전히 소란스러웠는데, 시험 기간이라 학생들이 늦은 시간까지 남아 있어서 그런 듯 싶었다. 다들 피곤해 보였다.
해가 슬그머니 넘어가기도 전에 시험이 끝나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