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시험 후기

by 글도둑

솔직히 말해서 시험은 꽤나 쉬운 편이었다. 영어 시험이야 워낙 쉬웠는데, 원어민 교수라는 커다란 장벽이 다른 동기들을 많이 힘들게 했기 때문이다. 나는 큰 거부감 없이 잘 이야기하고 문제도 잘 풀었지만 말이다. 수학과 경제도 어느 정도 알고 있던 거라서 그런지 그리 어렵진 않았다. 물론, 그렇다고 완벽한 건 아니었다. 아쉬움이 많이 남을 정도로 실수가 많았다.


대학 시험의 대부분은 서술형이다. 커다란 B4종이 한 장에 가득 써 내려가야 하는데 내가 아는 게 없으면 없을수록 초라해지는 걸 느낀다. 다른 사람들은 앞뒤로 한 장, 혹은 두 장을 사각거리는 소리와 함께 가득 채워나가는데 나는 가만히 있으니까 말이다.


시험 중에나 가장 짜증 나는 시험을 택하라면 당연히 이공계열 시험이다. 정확히는 계산 문제가 있는 시험이랄까. 수학과 경제가 특히 그랬다. 분명 배운 건 있는데, 그걸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모르겠달까. 교수님이 설명해주면 이해하지만, 문제만 살짝 꼬아서 던져주면 멘틀이 터져버리는, 그런 과목이다.


이번에도 그랬다. 수학은 사실 다 풀 수 있는 문제였지만, 문제가 더러웠다. 계산 과정이 복잡했고, 시간은 부족했다. 나름 자신 있었고, 자신이 있는 만큼 많이 준비했는데도 시간이 부족해서 제대로 못 풀고 나왔다. 사실, 중간에 계산 실수로 다시 풀어보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다. 혹시나 싶어서 검산 몇 번 더 하느라 더 오래 걸리기도 했고.


경제는 뭔 소리인지 몰라서 제대로 못 풀었다.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아예 몰랐다. 분명 이렇게 하면 될 것 같은데, 아니다.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다가 결국 이상한 식들만 잔뜩 써넣고 나왔다. 시험이 끝난 뒤에는 한숨만 나왔다. 역시, 노력이 부족했다. 그래도 다른 시험은 나름 괜찮게 봤으니까, 그걸로 위안을 삼아야 한다. 어차피 목표는 1등이 아니라 적당한 학점과 장학금이니까, 괜찮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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