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시험공부

by 글도둑

시험기간이 싫다. 그건 누구나 마찬가지다. 예전 회사에서도 사내 대학을 다닐 때는 시험공부하느라 새벽 늦게까지 공부했던 시절이 있었다. 사람이 잠을 못 자면 얼마나 망가지는지 그때 깨달았다. 새벽 3시까지 공부하고 오전 7시에 출근하게 되면, 뭐가 됐든 다 때려 부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뒤로는 꼬박꼬박 6시간 자려고 노력했다.


운이 좋게도, 아니 어떻게 보면 짜증 날 수도 있지만, 시험 시간은 2주였다. 한 과목이 첫 주에 본다고 하면, 다른 과목은 다음 주에 본다고 말이 나왔다. 덕분에 시험 기간이 길었고 그만큼 여유로웠으며, 여유로운 만큼 강박증에 시달렸다. 첫 시험은 중요하다. 교수님들이 문제를 출제하는 유형과 문제의 난이도, 앞으로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파악할 수 있으니까.


일을 끝내고 공부를 한다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은 아니다. 나야 카페에서 일하면서 아직 시간적인 여유가 있으니 다행이지, 일반적인 회사원이 공부할 시간을 낸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나도 5시간에서 7시간으로 늘어나면 지친 몸을 이끌고 책상에 앉을 힘이 없다. 하물며 하루 종일 회사에 있는 사람들은 어떨까.


나는 이번 시험이 내게 기회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공부하기 싫었다. 특성화고 재직자 전형으로 2.5학점만 넘으면 장학금이 나온다는 사실이 나를 더 게으르게 만들었다. 다른 사람들보다 여유가 많으면서도 그 시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일을 끝낸 채,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오면 소파에 드러누워 뻗어있기 일쑤였다. ‘1시간만 쉬고 공부해야지’라는 내 계획은 무겁게 내려오는 눈꺼풀에게 밀려, 잠들어버렸다.


시험이 코 앞으로 닥쳐오자, 여자 친구와 만나도 공부를 하고, 일이 끝나고 공부를 하게 된다. 아무래도 사람은 끝에 가서 집중력을 발휘하나 보다. 막상 내일, 내일모레가 시험이 된다면 어떻게 해서든 책상 앞에 내 몸을 가져다 놓는다. 문제는 그다음이지만 말이다. 빌어먹을 스마트 폰과 컴퓨터, 책상에 내려앉은 먼지들, 가지런히 정리되지 않은 책과 종이들까지.


무수히 많은 유혹과 싸워 이기면 그제야 공부해야 하는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수업을 들었던 건데, 기억이 안 난다. 프린트를 뒤적이며 다시 찾아보고, 모르는 공식이 튀어나오면 인터넷을 뒤져봤다. 공부를 해야 하는데, 모르는 게 너무 많다. 외워야 하는데, 이해가 되지 않는다. 돌처럼 딱딱하게 굳어버린 뇌에게 사정사정 하지만, 뇌는 단호하다.


‘노오오력이 부족해.’


시험 기간, 불이 꺼지지 않는 밤에 나도 결국 동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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