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학 교수님은 실무 경험이 아주 많은 분이셨다. H 자동차에서 일하다가 해외 유학을 다녀오시고, 해외에서 박사 학위를 받으시면서 임원까지 지내셨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수업 중간에 자꾸 회사 이야기를 하셨다. 지겨울 정도로 말이다.
그 교수님은 경영학에 대해서 정말 차분하게 강의하셨다. 덕분에 꽤나 지루했는데, 수업 내용이 새롭지도 않았고, 왠지 들으면 '아, 당연하지.'싶은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교수님이 내주셨던 과제가 제일 어려웠다. 바로 내가 속한 기업의 기회, 위협 요소를 분석하는 거였다. 그걸 한글 문서로 글자크기, 글자 간격까지 정해주시면서 10장 내외로 제출하라고 하셨다. 처음 내용을 들었을 때, 다른 동기들은 많이 당황한 것 같았다.
나는 사실 꽤 쉬운 과제였다. 프랜차이즈 카페의 기회와 위기는 너무나 명확했으니까. 더군다나 PPT가 아니라, 글로 쓰는 거였다. 내 취미 생활 말이다. 덕분에 나는 편안한 마음으로 과제를 시작했다. 제일 짜증 나는 것은 자료 조사였다.
커피 시장이 얼마나 증가하고 있는지, 브랜드 별 매출은 어떤지, 앞으로 전망은 어떨지, 어떤 불안요소가 있는지를 찾는데 한참 걸렸다. 뉴스를 정말 많이도 읽었다. 통계 자료를 찾으라 꽤 귀찮았지만, 과제는 빠르게 진행됐다. 많은 자료를 통해서 내가 일하는 카페의 장점과 매출 순위까지 알게 됐다. 과제가 완성이 돼가면 돼갈수록, 나는 반대로 고민에 고민으로 빠져들었다.
자영업자는 1년 안에 망할 확률이 90프로가 넘는다. 우리나라는 자영업자의 무덤이다. 그리고 나의 꿈은, 북카페를 차리고 글을 쓰며 사는 거다. 자영업자, 그중에서 가장 경쟁자가 많기로 소문난 치킨집 다음, 카페였다. 내가 과연 나의 카페를 차릴 수 있을까. 망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회사 안은 전쟁터지만, 회사 밖은 지옥이라던 말이 생각났다. 기업의 틀을 벗어나서 나만의 매장이 생긴다면 과연 나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확률이 얼마나 될까. 그런 생각이 머리를 맴도는데, 인터넷에서는 로봇 바리스타가 도입되었다며, 무인 카페가 생겨났다면서 호들갑이었다. 커피 업계는 경쟁자가 너무 많았다. 이젠 기계와도 다퉈야 했다.
깊게 가라앉고 있는 고민과는 반대로 과제의 성적은 하늘을 둥둥 날아다녔다.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았고, 그 덕분에 교수님은 내 이름을 기억하셨다. 그리고 발표를 시켰다. 가산점을 줄 테니 PPT로 만들어서 발표해보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