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 사고와 코딩'이라는 수업이 있다. 프로그래밍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지지 덕분에 생긴 필수 교양 같았다. 2학점 짜리인 이 수업은 참 쓸모없었다. 코딩이란 무엇인지, 어떻게 발전했고 왜 필요한지를 설명해주기보다는 그냥 어플을 어떻게 만들어가는지만 보여줬기 때문이다.
교재로 선정된 책을 들여다봐도 나오는 건, SAP가 만든 이상한 프로그램과 잡다한 이야기뿐이었다. 결국 이 책에서 알려주려고 하는 건, '창의적 사고'에 가까웠다. 우린 IT기기에 둘러싸여, 어플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그 어플을 만들기 위한 '창의적 사고'를 위한 수업은 이해한다. 그러나 정작 그래서 코딩이 무엇인지, C언어가 뭔지는 하나도 알려주지 않았다. 우리가 배운 거라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Hellow world!'를 출력하는 한 줄이 전부였다. 그 이후에 C언어를 써본 일이 없었고, C언어가 뭔지도 모른 채 종강을 맞이했다.
우리는 살면서 다양한 불편을 겪는다. 그 해결책으로 어플이란 걸 만들어서 더 편한 삶을 추구하기 시작한 게 불과 몇 년 전 일이다. 그리고 경영학도로 입학한 지 1년도 안된 늙은 새내기들에게 교수님이 던져준 과제는 '어플 제작'이었다. 처음에 들었을 땐, 말도 안 되는 과제인 줄 알았다. 하지만 교수님이 바란 것은 어플을 실제로 만들어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과정이었다.
우리가 수업에서 배웠던 것은 C언어, 코딩이 아니었다. 한 사람의 이야기와 경험을 녹여내서 '어떻게' 불편함을 해소할지가 중요했다. 그저 PPT로 만들어서 발표만 하면 됐다. '우리 조는 이런 사람들을 위해서 이런 어플을 기획했습니다.'
조원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참 많은 의견이 나왔지만, 그만큼 많은 어플이 실제로 존재하고 있었다. 이런 게 있으면 좋겠다, 싶으면 그런 어플이 이미 있었다. 우리가 몰랐을 뿐. 때문에 어떤 기능을 가진 어플이 좋을지를 한참을 이야기했다. 신기하게도 우리 조원 중에서 실제 앱 디자인 쪽에서 근무하고 있는 친구가 있었다. 그녀의 지휘 아래, 조별과제는 순조롭게 흘러갔다. 스토리와 경험에서 나오는 문제점들, 그리고 해결을 위한 어플과 디자인까지.
사실 힘들고 어려운 디자인이나 모형을 그녀가 도맡아서 했기 때문이다. 발표 당일, 그녀가 보여준 PPT는 지나치게 깔끔하고 직관적이었다. 과제가 아니라 창업해도 될 것 같았다. 재직자 전형의 가장 좋은 점이 있다면, 바로 이런 게 아닐까. 다양한 업종에서 근무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 볼 수 있다는 것 말이다.
보통 한 업계에서 발을 담그기 시작하면, 다시 돌아오기 어렵다. 덕분에 만나는 사람의 폭도 좁아지고 늘 같은 이야기만 하는 사람들만 남게 된다. 인간관계에서도 고인 물이 되어버린달까. 그러나 야간대학이면 또 달랐다. 내가 모르던 분야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사회에 대한 시야가 더 넓어지는 기분이었다.
친구 덕분에 우리는 발표를 잘 마쳤다. 좋은 성적이 따라오는 건 덤이었다. 아, 사람만 잘 만나면 조별과제도 쉬워질 수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