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 고사가 막 시작 될 무렵, 친구가 슬그머니 말했다.
“오늘 수업 끝나고 잠깐 남아봐. 할 이야기가 있어.”
같이 팀플을 했던 동기를 포함해서 단톡방에 올렸는데, 나에게 먼저 슬그머니 말을 남겼다. 자퇴할 생각이라고. 학기초에 자퇴하면 그래도 등록금에 2/3는 돌려준다나 뭐라나. 나는 많이 아쉬웠다. 동기들 중에서 제대로 생각이 있는 친구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야간대학교의 특성상, 졸업장만 따면 된다는 생각에 시간만 때우는 동기가 상당히 많다. 수업 시간에 자거나, 폰만 하는 사람도 많고 말이다. 술 마시고 들어오거나 중간에 술 마시러 사라지는 사람도 있었다. 딱히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그런 동기들과 함께 다니면 나도 그렇게 될까봐 두려웠을 뿐이다. 나는 이곳에 온 이유가 있다. 내가 미래에 창업을 하게 된다면, 분명 여기서 배운 것들을 써먹을 때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배우고 싶은 것도 있었다. 경제와 경영에 대해서 더 자세히 배우고 싶었다.
빌어먹을 화폐과 경제 시스템이 우리 가족을 왜 이리 괴롭혔는지, 내가 다녔던 회사는 대체 무슨 분식회계를 어떻게 저지른 건지 궁금했을 뿐이다. 호기심을 채우고 싶었고, 그래서 공부를 해보고 싶었다. 공부하는 곳에서 흥미를 찾아보고 싶었다. 짧게 맨 가방끈을 고쳐 매고 싶었다.
그런데 동기들은 아니였다. 그냥 졸업장이나 받자는 동기들은 나를 안일하고 게으르게 만들 것 같았다. 그 친구는 아니였다. 나름 충실히 대학 생활을 하는 것 같았고, 내 고등학교 동창과 같은 회사를 다니기도 해서 친해지고 싶었다. 그가 자퇴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래서 아쉬웠다. 그가 대학을 떠나면 나는 다시 혼자 다니게 된다. 늘 차를 태워주던 친구였는데, 이제 다시 뚜벅이로 돌아가야한다.
그는 사실 사회복지쪽으로 가고 싶어했다. 동국대 사회복지학에 붙었지만, 가깝다는 이유로 단국대를 들어왔다고 했다. 그런데 배워보니까 너무 안맞아서 내년에 다시 동국대로 지원한다면서 웃는 그에게 나는 “잘 생각했어.”라는 말밖에 할수없었다. 사람은 하고 싶은 걸 해야하니까 말이다.
그는 팀플을 하면서 우리 조원들에게 정이 많이 들어서 고민이였다고, 그래서 결정하기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여기서 만난 사람들이 좋았다면서 말이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의욕이 없을 뿐이지 다들 좋은 사람들이었다. 공부 할 의욕보단 놀고 싶은 욕구에 충실한 동기였을 뿐이다.
나는 그저 격려해줬다. 잘 생각했다고, 아니라고 생각하면 아닌 거라고. 나도 그래서 회사를 때려쳤었다고. 생각만 확실하다면 결정은 빠를수록 좋다면서 말이다. 그렇게 우리 동기들 중에서 처음으로 자퇴생이 나왔다. 그리고 그는 내 대학 동기 중에서 가장 가까웠던 친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