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진로설계 상담

by 글도둑

진로설계란 과목은 많이 독특했다. 신입생들이면 반드시 해야 하는 교양과목인데다, 실제로 듣는 내용은 우리의 성향과 적성에 대한 테스트가 전부였다. 그 외에는 동기부여에 대한 영상자료를 시청하는 게 수업의 전부였다. 문제가 있다면, 우리 동기들은 이미 직장이 있는, 재직자 전형이라는 사실이었다.


진로가 이미 정해졌고, 돈도 벌고 있는 사회인들에게 이런 강의를 들으라고 하니, 반응이 별로일 수밖에. 그건 교수님도 잘 알고 계셨는지, 우리의 편의를 많이 봐주셨다. 수업도 짧게 하시고, 시간도 조금 늦춰주시면서 말이다. 기말고사 이전, 3주 동안 온라인 강의를 듣고, 상담하는 시간도 있었다.


상담은 말 그대로 우리의 진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방식이었다. 나는 심리상담을 전공하고 있는 조교님과 상담을 했는데, 솔직히 내가 늘 하던 이야기라 말하기 편했다. 왜 예전에 다니던 조선소를 그만뒀는지, 어쩌다가 카페에서 일하게 되었는지, 책과 글을 왜 좋아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뚜렷하고 확실하진 않지만, 구체적이고 계획적이진 않지만, 꿈과 목표는 있었다.


자본금을 모으는 것과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지도 지금 시험하고 있었다. 앞으로 3년 후에는 더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야 했다. 나는 상담 시간 내내 나의 꿈과 목표에 대해서 말했다. 사실 그렇게 할지는 아직 모르지만, 적어도 지금의 나에겐 그게 목표였으니까. 북카페와 독서모임, 글과 커피. 이게 나의 전부였다.


망해도 입에 풀칠할 정도는 살아야 할 텐데, 약간 걱정되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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