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축제 대신 군대

by 글도둑

축제 기간이었다. 내가 다니는 대학은 축제 때 휴강한다며 공지가 올라왔고, 학생들은 좋아서 날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축제가 시작하던 날은 날씨가 흐렸고, 싸이가 온다던 공연 당일엔 비가 쏟아졌다. 그때 나는 학생 예비군에서 훈련을 받고 있었다.


대학 축제는 나름 기대했다. 문제는 내가 일하느라 바쁘다는 점과 예비군에서 부른 다는 사실이었다. 축제가 시작하기 전, 전국적으로 주점을 여는 게 안된다는 뉴스가 나왔다. 축제에 주점이 없다니. 그럼 왜 가는 걸까. 술 마시고 노는 게 대학교 축제 아니었나? 축제 첫날, 나는 일을 마치고 자퇴했던 친구와 오려고 했다. 같이 돌아다니며 구경도 하고 맛있는 것도 사 먹을 생각이었다. 무엇보다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고 싶었다.


그는 야근 때문에 못 온다고 했고, 나도 그냥 집으로 돌아갔다. 축제 공연에 꽤 많은 뮤지션들이 온다는데, 가지 못해서 조금 아쉬웠다. 축제 두 번째 날은 예비군이었다. 학생 예비군은 2박 3일 일정을 짧게 하루 만에 다녀오는데, 꿀이었다. 예비군이 끝나면 축제를 구경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전투복에 모자까지 쓰고 구경하자니, 너무 이상해 보일까 봐 그만뒀다. 심지어 비까지 내리기 시작했고 나는 학교 셔틀버스에 올라타자, 잠이 쏟아졌다. 그냥 집에서 쉬자라는 생각만 맴돌았다.


예비군은 별거 없었다. 사격, 구급법, 수류탄, 정신교육을 듣고 교육관 서명을 받고 나면 퇴소하는데 3일 동안 하는 내용을 간략하게 줄여서 하루 만에 받으니 참 편했다. 비가 쏟아지던 날이라 심지어 이론 강의만 했다. 이처럼 행복할 수가. 혼자 외롭게 들어왔는데, 학과 동기를 만나서 같이 다녔다. 예비군에 오니, 군대 이야기만 생각났고 서로의 자대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군대 이야기는 정말 끝도 없이 나왔다. 후임, 선임, 훈련, 징계, 교육, 일상. 참 할 말도 많았고, 들었을 때 신기했던 것도 많았다.


직장인이라서 그럴까. 온다는 연예인도, 화려할 것 같았던 축제도 그리 당기진 않았다. 퇴근 후, 휴식이 더 소중했고, 국방의 의무가 더 중요했다. 축제 대신 군대, 공연 대신 숙면이 더 필요한 직장인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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