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다른 사람 앞에서 말하기

by 글도둑

살다 보면, 누군가에게 말하는 것이 이렇게 힘들었나 싶을 때가 있다. 면접이나 발표가 대표적이다. 나는 과제를 잘했다는 이유로 발표를 해야 했다. 학점은 잘 주신다고 하셨지만. 사실 발표는 벌칙이나 다름없었다. PPT 만들어야 하지, 전혀 나에게 관심 없는 사람들 앞에서 떠들어야 하지, 연습해야 하지. 나는 초등학교 2학년 이후로 발표하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초등학교 2학년 이후, 부쩍 살이 찌면서 자신감을 잃어버려서 그런 걸까. 아니면 그때부터 개념이 잡히기 시작해서 그런 걸까. 시간이 지나면서 남들 앞에 서서 말을 한다는 것은 꽤 거북한 일이었다. 무엇보다 다른 사람의 반응에 상처 입는 것이 제일 컸다. 대학에서 발표도 그랬다. 그나마 내가 일하는 곳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프랜차이즈 카페라서 다행이었다.


나는 커피 업계에 대한 설명과 기업에 대한 설명, 사람들의 인식과 우리 직원들의 생각을 빌려 말했다. 내가 다니는 곳의 기회외 위협요소는 ‘경쟁’이었다. 타 업체와의 경쟁, 기술과의 경쟁. 나는 앞에 서서 해야 하는 말을 꽤나 많이 까먹었다. 실수도 많이 했다. 하지만, 후회하진 않았다. 어차피 보너스 게임 같은 거니까, 못한다고 해서 감정은 없을 거다. 다만, 약간 창피했다. 말을 더듬고 멈칫거린 다는 사실이 말이다.


나는 다른 사람과 진지한 이야기를 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회식 때 아버지 뻘의 차장, 부장님들이 인생 조언을 하는 것도 즐겁게 들었고, 잔소리처럼 들리지만 좋게 좋게 받아들이고 잘 들어주는 편이었다. 그리고 그만큼 나도 이야기하는 걸 좋아한다. 내 이야기, 내 생각이나 의견에 대해서 말하는 건 좋아한다. 다만, 나만 말하는 발표는 조금 달랐다. 내가 말하지 않으면 침묵이 내려앉는 강의실이 두려웠다. 내가 실수하면 비웃음이 나올까 긴장한다. 발표는 그래서 꺼려진다. 회사에서, 그리고 독서모임에서, 대학에서 발표를 하게 되자, 익숙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발표는 어렵고 힘들다.


언제쯤이면 대중 앞에서 편하고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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