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기말고사

by 글도둑

솔직히 말해서 기말고사는 그렇게 노력하지 않았다. 지쳤다고 할까, 아니면 너무 피곤했다고 할까. 일과 학업, 그리고 동기와 친구들, 취미생활까지. 해야 할 건 너무나 많은데 시간과 에너지가 너무 부족했다. 반드시 해야 하는 게 아니라면, 하기 싫었다.


일이 끝나면 다리가 아파왔다. 오랜 시간 서서 일을 하면 몸이 피곤해지고 앉아있어도 다리에 피가 안 통하는 것 같다. 그럼 눕게 된다. 누워서 스마트 폰만 만지작, 만지작 거리다 보면 잠이 솔솔 쏟아지고, 일을 핑계로, 피로를 구실 삼아 아무것도 하지 않고 놀다 잠이 든다.


기말고사는 더 심했다. 슈퍼바이저로 승진하게 되면서 기본 근무 시간도 늘고 해야 하는 일도 더 많이 늘었다. 그래서 많이 힘들었다. 퉁퉁 부어버린 다리와 새로 배워야 하는 업무, 새벽같이 일어나 카페를 열고, 아침을 시작하는 손님을 받아서 커피를 들려 보낸다. 퇴근한 이후에 프린트와 책을 붙잡아 보지만, 스마트 폰에 한눈이 팔린다.


그래도 완벽하진 않지만, 한 번씩은 보고 강의실에 들어갔다. 교수님이 주신 힌트는 그래도 다 보려 했다. 축제와 공휴일로 밀리고 밀린 끝에 마지막 시험은 주말에 보강과 함께 치러졌는데, 그게 문제였다. 시험을 너무 띄엄띄엄 보게 되자, 여유가 생겼고, 그 시간에 놀게 됐다. 공부를 했으면 정말 시험을 완벽하게 봤을 텐데, 공부보단 휴식이 먼저였다.


마지막 시험은 진로설계 과목이었다. 한껏 풀린 긴장과 더 공부하기 싫다는 생각이 뭉쳐서 집중을 흩트렸고, 토요일 아침이던 시험 날, 거의 아무것도 안 하고 시험장으로 향했다. 솔직히 교양 과목에다 과제를 잘해서 냈다는 생각에 괜찮겠지, 시험이 어렵지는 않겠지 생각했다. 시험지를 받아보기 전까지는.


시험은 교수님이 주셨던 힌트에서 나왔다. 아주 완벽히 외웠다면 다 맞출 수 있는 문제로 말이다. 나는 적당히 써서 냈다. 아마도 망했으리라. 기말고사는 그렇게 끝났다. 5년이나 늦게 도착한 대학 생활의 첫 학기는 지쳐 쓰러진 채로 막이 내렸다. 앞으로 3년 하고도 절반이 남았다. 늦깎이 대학생으로 입학했고, 대학 졸업증을 받으면 서른이다. 과연 잘 버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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