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종강

by 글도둑

종강이란 건, 생각보다 더 빠르게 다가온다. 그냥 강의실에 앉아있다가 교수님이 떠드는걸 몇 번 들었을 뿐인데 어느새 훌쩍 지나가버렸다. 조금은 친해진 대학 동기들 또는 여전히 잘 모르는 동기들에게 인사를 하고 학교를 나선다. 불과 6년 전, 19살 때 내가 이곳을 방문했을 때는 모르던 풍경이 보였다.


넓고 거대하게 보였던 캠퍼스는 그냥 가파르고 높기만 했다. 낭만이 가득할 거라 생각했던 캠퍼스는 사람만 가득했을 뿐, 별거 없었다. 내가 뭔가 해보려 하지 않는다면 그 누구도 나에게 신경 쓰지 않는 곳이었다. 수업에 안 온다고 해서, 내가 논다고 해서 누구도 나를 제제하거나 가르치려 들지 않는 곳이었다. 과 모임에 빠진 하고 해서 뭐라 하는 사람도 없었고, 시험을 못 본다고 해서 뭐라 하는 교수님도 없었다.


어릴 적 보았던 대학교의 로망은 흔적도 없었다. 대신, 대학생들이 이곳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 보였다. 대학교 인근에 자리 잡은 작은 원룸들, 자취방들. 그 아래에 가득한 카페, 술집과 식당들. 무수히 많은 학생들을 실어 나르는 버스들. 대학교는 별거 없었다. 그냥 거대한 학원이었다. 조금 크고, 시간이 많이 드는 학원.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 대학에서도 목마른 학생이 우물을 파야한다. 파지 않으면 목말라서 죽던, 말던 여기 사람들은 상관하지 않는다. 그냥 그대로 있을 뿐이다. 종강이 다가오자, 인사를 나누고 집에 돌아간다. 그리고 동기들과 연락은 끊어진다. 그렇게 방학이 찾아왔다.


대학을 낭만 있게 보내려면 역시 동아리를 들어야 하는 걸까. 아니면 뭐가 또 필요한 걸까. 사실, 일과 학업을 병행하는 나에겐 캠퍼스의 낭만을 누릴 시간은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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