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방학과 개강

by 글도둑

방학은 짧다. 누구나 그렇게 느낄 거다. 방학이 짧은 이유는 내가 하려고 했던 것들을 다 하지 못하고 끝나기 때문이다. 난 이번 방학에 토익 공부를 해볼까 했다. 인터넷으로 산 토익 책은 책장 구석에서 먼지만 쌓여가고 있었다. 그리고 커피 공부를 하려고 했다. 커피 공부는 그나마 조금씩 했다. 요즘은 콜드 브루를 내려서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해주고 있었다. 그마나 한 게 있어서 다행이지만, 그 외 계획대로 된 건 별로 없다. 헬스도 끊어서 몸도 만들려고 했는데, 살이 안 찐 게 신기할 따름이다.


낯설고 신기했던 1학기가 끝나자, 시간이 텅 비어버렸다. 물론, 그렇게 비어버린 시간은 일로 채워졌고, 남는 시간에는 취미 생활에 몰두했다. 일반 대학생들은 이때 뭘 할까. 여행을 다니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대외 활동에 시간을 쏟으려나.


방학은 순식간에 지나가고, 개강이 다가오자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한번 해봤으니, 얼마나 피곤하고 귀찮은지 잘 알게 돼서 그렇다. 하면 되고, 할 수는 있지만, 하기는 귀찮은 거다. 시험이 끝나고 방학이 시작되면서 내 안에 가득 차 있었던 의욕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그리고 방학 동안, 의욕은 그냥 고갈된 채로 가만히 있었다.


이제 곧 개강이다. 일과 학업을 병행하며 일주일에 한편은 글을 써서 올리겠다는 내 다짐은 이미 깨져버렸다. 하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 해야 하는 일이 되면서 흥미를 잃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흥미가 의무가 되어버리는 순간이 있다. 그때는 잠시 쉬어가도 되는 걸까.


방학이 끝나갈 무렵, 내 주변 사람들이 전부 대학으로 돌아가려는 때,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올해 여름은 무더웠고, 비가 오지 않았으며 태풍조차 피해 가는 날씨였다. 그 끝에서 가을을 알리는 비가 쏟아진다. 학교를 시원하게 다니라는 배려일까. 이 비가 그치면 또다시 대학생이 된다. 늦깎이 야간대학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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