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축제와 공연

by 글도둑
학교 축제 2.jpg

작년의 축제엔 예비군에 다녀왔다. 귀찮고 피곤하다는 이유로 축제를 보기보다는 집에서 쉬는 것을 선택했다. 그래서 2학년이 된 지금에서야 처음으로 가게 됐다. 과별로 만든 주점에서는 테이블을 일정 비용, 보통 3천 원쯤 받고 대여하고 있었다. 그 외 다른 업체에서 운영하던 간이식당도 정말 많았는데, 가격과 맛에 대해서는 참 애매했다.


대부분의 물가는 일정 수준이었지만, 그에 비해 음식의 양과 질은 떨어졌다. 축제에 너무 많은 걸 바란 탓이다. 동기들과 술을 사서 술을 마셨다.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먹고 싶은 음식을 사서 모았다. 스테이크, 치킨, 국수, 타코야끼, 오꼬노미야끼 등, 참 많은 음식이 있었다.


동기들이 음식을 사러 갔을 때, 사람 구경을 한참 동안 했다. 독특한 복장을 입고 주점을 운영하는 사람들, 놀러 왔는지 세상이 떠나가라 웃으며 걸어 다니는 사람들, 길거리에서 공연을 준비하는 사람들. 모두가 재밌어 보였다. 내가 만약 스무 살 때, 대학을 다녔더라면, 나도 저 사람들처럼 놀았을까.


처음 둘러본 축제는 신기한 것 투성이었다. 가수들의 공연, 동기들과의 대화, 주변의 풍경까지. 내가 스무 살 때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이라 새롭게 다가왔다. 그들이 경험하고 있는 축제를 나는 몇 년이나 늦게 경험하는 셈이다. 축제를 어색하게 즐기면서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내가 지금 이렇게 놀고 있어도 되는 걸까. 나에겐 친구들이나 주위 사람들에게 늘 하는 말이 있다. 언젠가 내 카페를 차릴 거라는 말이다. 그것도 30살 이전에.


돈을 열심히 모으고 있고, 관련 업계에서 일도 열심히 하고 있건만, 자영업에 들어선다는 것은 아직 저 멀리 있는 별과 같았다. 밤처럼 감성이 짙어지는 날이면 밝게 빛나 보여도, 현실적인 낮이 오면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의심이 든다. 그런 고민을 품고 나보다 어린 사람들과 놀고 있으니 마음이 살짝은 불편했다. 적어도 취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함께 학교를 다니는 동기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늘 회사와 관련된 쪽으로 주제가 빠지기 마련이었다. 재직자 전형으로 들어온 우리들에게는 학교보단 회사가 더 익숙했다. 서로가 가진 고민들에 대해서 이야기할 무렵, 취기가 올라와서 걱정이 묻혀버렸다. 우리는 적당히 취한 채로, 마지막 공연을 보러 갔다.


축제의 마지막 날이라서 그럴까, 사람이 무척 많았다. 단국대 축제의 마지막 공연은 사이먼 도미닉과 박재범이었다. AOMG라고 불리는 회사의 전 사장님과 현 사장님. 김하온과 다른 사람도 한 명 더 왔던 걸로 기억한다. 원래는 공연이 끝나기 전에 집으로 갈 예정이었지만 실패했다. 아무런 생각도 없이 즐기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공연을 구경하면서 소리 지르는 게 필요했나 보다.


축제 다음 날, 나는 7시 30분까지 출근이었다. 그리고 그날 4시쯤 집에 돌아왔다. 단국대 근처에서 우리 집까지 오는 택시를 잡지 못해 술을 한잔 더 하고, 노래방까지 갔다가 집에 왔다. 내가 술 때문에 잠깐 미쳤나 싶었다. 그런 반면, 가끔씩 이런 일탈도 필요하지 않나 싶었다. 그냥 스트레스가 많이 쌓여서 사실 놀고 싶었을 수도 있다. 덕분에 축제는 나름 잘 즐겼지만, 출근길은 유난히 힘들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30. 방학과 개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