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중에 모델 지망생이 하나 있다. 뜬금없이 모델하고 싶다 그래서 대학을 그쪽으로 가버렸다. 그런 후배를, 동생을 참 좋아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깨달아서,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며 말하는 그에게 나는 응원한다는 말만 해줬다.
그는 모델연기과로 대학을 다니면서, 여러 소속사를 알아보고 다녔다. 이런저런 소속사에서 배신당하기도 하고, 런웨이를 서보기도 했다. 큰 키에 비해 상대적으로 마른 몸매 덕분에 공익으로 빠질 수 있었지만, 공인이 되고 싶다며 살을 찌워서 현역으로 군대까지 다녀왔다. 나는 내 후배이자, 동생이지만 참 멋져 보였다. 꿈을 꾸고, 쫓아가고 있었으니까.
종종 그는 힘들 때, 연락을 해서 이야기를 하곤 한다. 나도 그처럼 꿈을 꾸는 사람이 목표였으니까. 카페를 차리고, 글을 쓰고, 모임을 열고 싶어 했으니까. 그는 나와 가치관이 비슷했고, 덕분에 졸업한 이후에 자주 보기도 했다.
그러던 중, 이번에 학교에서 사진전을 연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용인에 사는 내가 저 멀리 혜화까지 찾아갔다. 친구 하나 데리고, 붐비는 지하철에서 인파를 뚫고 도착한 곳은 생각보다 한산했다. 그곳에 후배가 있었다. 훤칠한 키로 나를 내려다보는 동생은 고맙다며 협찬받은 화장품을 쇼핑백에 넣어줬다.
그가 말하길, 이번 사진전은 학생들의 수업이자 과제라고 했다. 사진전을 기획하고, 콘셉트를 잡고, 모델이 되어 포토그래퍼와 사진을 찍고, 장소를 섭외하고, 배경음악과 포토존 선정까지. 그가 설명해준 이 사진전의 콘셉트는 도시적인 느낌과 시골적인 느낌을 표현한 거라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사진은 향토적인 느낌이 풍겼다. 그들의 외모에서도 확실히 구별이 됐다.
그들은 정말 도시처럼 깔끔하면서도 직선적인 외형을 가졌다. 날카롭고, 차가워 보였다. 반면, 또 다른 이들은 부드럽고, 사람 냄새 하면서 따스해 보였다. 학생들의 사진전이었지만, 그들의 콘셉트가 이해됐다. 그가 들려주는 모델 지망생 이야기를 들으며 잠시 동안 친구와 사진을 둘러봤다.
그들은 전부 아름다웠으며 멋이 있었다. 사진전을 둘러보면서 세상에는 참 잘생기고 예쁜 사람들이 많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그리고 그런 이들이 아직 학생이며, 모델 지망생이라는 것이 놀라웠다. 이 사진전을 위해서 지망생들은 돈을 모아서 기획전을 빌렸고, 포토그래퍼를 고용해서 사진을 찍었다. 그렇게 완성된 사진전은 한산했다.
지망생은 어떤 두려움과 희망을 가지고 있을지 문득 궁금해졌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물어보고 싶어 진다. 1학기 내내 공들인 사진전은 어땠냐고. 손님은 많이 왔는지, 이렇게 붙어있는 내 사진을 보면서 꿈을 더 키웠는지, 아니면 텅 빈 공간을 보며 무서웠는지.
사진전을 나와, 혜화역으로 가면서 잠시 대학생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 늘 말로만 응원하던 내가, 그의 현장에 가서 그의 관객이 되어줬다는 것이 뿌듯했다. 꿈을 꾸는 사람을 응원하는 것은 언제나 기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