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 매점
2학년의 1학기가 끝나갈 무렵, 시험공부를 위해 학교를 어슬렁거렸다. 빈 강의실에서 공부를 할 생각이었다. 그러던 중, 발견한 것이 바로 '양심 매점'이었다. 까마득히 옛날처럼 느껴지는 작년, 어떤 후보가 시험기간 중에 운영되는 '양심 매점'을 공약으로 걸었던 기억이 스쳐지나갔다.
다양한 간식들이 놓여 있어야 할 테이블 위는 생각보다 허전했다. 이미 많은 학생들이 오가며 사 먹었나 보다. 맨 처음에는 돈을 넣는 곳이 안 보여서 옆에 붙어있는 계좌번호로 보내야 하는 줄 알았다. 아니면 그냥 양심을 팔아서 몰래 들고 가는 사람이 많았거나.
옆에 둘러보니 분홍빛 돼지 저금통 하나가 눈에 보였다. 나름 무게가 느껴지는 걸 보니, 우리 대학은 생각보다 양심이 안녕하셨다.
학교들 다니다 보면, 가끔씩 재밌을 때가 있다. 길가다가 이런 양심 매점을 마주쳤을 때, 무심코 봤던 벽에 청소하시는 분들을 위해 시설물을 깨끗이 써달라는 글을 봤을 때가 그랬다. 일을 하고 학교로 오게 되면 메마른 인간성이 살며시 고개를 드는 것처럼 느껴졌다.
학교를 들락거리며 느껴지는 대학의 활기는 생각보다 흥미롭게 다가온다. 문득, 내 양심은 어디 있나 궁금했다. 아무 생각 없이 컵라면을 가져오지 않고, 그냥 이런 양심매점을 재밌게 보고 지나친 걸 봐서는 내 양심도 여전히 안녕하신 것 같다. 아직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