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엔 사실 숨은 주인공이 있다. '피터 파커'가 그 주인공이다. 사실, 이 영화는 처음부터 피터 파커의 자기소개로 진행된다. 이 자기소개는 영화 내내 지겹지만 유쾌하게 반복되며, 마지막은 '검은 스파이더맨, 마일즈'의 자기소개로 끝난다.
중요한 것은 이 영화에서 2명의 피터 파커가 등장한다는 점이다. 처음에 등장한 젊고, 활기 찬 금발의 피터 파커는 마일즈에게 웹 슈터에 대해서 알려준다고 말하곤 퇴장한다. 그 뒤에 등장한 파커는 훨씬 늙고, 뱃살이 튀어나왔으며, 스파이더맨으로 산지 오래된 아저씨였다.
그는 MJ와의 이혼으로 정신 상태가 피폐해진 상태였다. 이혼 사유는 '아이'였다. 아이를 낳자는 MJ와 아이를 가지길 두려워하는 피터 파커. 그의 입장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스파이더맨에게 혈육이나 연인은 늘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니까.
그는 마일즈를 보면서 '아이'에 대한 생각이 끊임없이 한다. '아, 이래서 애 낳기 싫어', 혹은 '아, 애를 낳아야 하나?'라고 혼잣말하는 그는 무척이나 힘겨워보였다. 그에게 마일즈는 아들과 같은 존재처럼 보였다. 처음엔 까칠하게 마일즈를 대하던 피터 파커는 자신과 함께 거미줄을 타는 마일즈를 보면서 서서히 아들에 대한 생각을 품게 된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차원으로 돌아가길 꺼려한다. 자신이 다시 돌아가면, 다시 모든 걸 망칠까 봐 겁나서 말이다. 그는 MJ에게 또다시 거절당하기 무서워했고, 자신의 소중한 사람이 다칠까 두려워했다. 그런 마음 한편엔 MJ가 다시 한번만 기회를 준다면, 내게 한 번의 기회만 주어진다면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걸 다른 차원의 MJ에게 말하는 게 웃음 포인트지만.
우리의 늙고 배 나온 피터 파커는 결국 어리고 습득력 빠른 마일즈에게 밀려서 다시 원래 차원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는 누구보다 경험이 많았고, 그만큼 많은 것을 겪었기 때문에, 인간성의 일부분이 닳아 없어졌다. '책임감'에 대해서 진절머리 치고, 악당들의 대사를 클리세로 취급할 정도로 닳고 닳아버린 히어로.
자신의 아들처럼 느껴진 '마일즈' 덕분이었다. 사실, 이 영화는 마일즈의 성장 이야기임과 동시에 피터 파커의 시련 극복기였다. 그의 시련이자, 약점은 '스파이더맨의 가족'이었고, 그는 마일즈를 보면서 '가족과 육아'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 피터 파커는 차원으로 다시 돌아가기 전, 그는 자신이 모든 걸 망칠까 봐 두렵다며 속내를 내비쳤고, 그에 대해서 마일즈는 대답한다.
"해보기 전까진 알 수 없는 거잖아요."
그는 웃으며 인정한다. 자신이 마일즈에게 했던 말을, 자기에게 다시 해주는 마일즈를 보면서 그는 깨닫는다. '아, 아이를 가져야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