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C 코믹스에서 내가 본 것은 생각보다 적다. 미드로 '플래시'와 '애로우', 영화로는 '맨 오브 스틸'과 '다크 나이트', 그리고 실망스러웠던 '수어사이드 스쿼드'와 저스티스 리그. 망해가는 DC는 그나마 아쿠아맨으로 반전을 꾀하려고 했으나 그 결과는 아직 모르겠다.
'아쿠아맨'은 명작이 될 수 없다. 영화를 보면서 '아틀란티스'에는 빠져들었으나 아쿠아맨이 되어야 했던, 아틀란티스의 왕이 되어야 했던 그에게는 빠지지 못했다. 그가 보여주는 화끈한 액션과 마초스러운 연기는 흥미로웠지만, 설득력은 별로였다.
그가 왜 육지에 있는 인간을 지키려고 하는지도, 왜 왕이 되길 싫어했는지도 빈약했다. 그럼에도 아쿠아맨은 기존 DC의 영화보다 나은 모습을 보여줬다. 다름 아닌 '영상미'에서 말이다.
영화를 보면서 나는 아쿠아맨의 도시, '아틀란티스'와 그 세계관에 빠져들었다. 심해 속에 사는 괴수에 대한 신화는 언제나 재밌게 들렸다. 바닷 사람들은 깊은 바다에 뭐가 사는지 몰라서 두려워했고, 그 두려움과 상상력이 결합되어 다양한 괴물들과 설화를 만들어냈다.
사람이 퇴화되어 괴물이 되어버린 트렌치를 피해서 바닷속으로 도망치는 장면이 머리에서 잊히지 않는다. 우리가 두려워하던 심해의 괴물들이 마치 현실로 나온 것만 같았다. 밤하늘보다 어두운 바다, 뒤쫓는 괴물들과 거대한 괴수. 아쿠아맨보다 '심해'가 끌리는 이유였다.
아틀란티스의 영상미는 사실 아쿠아맨의 전부다. 대충 나왔다가 쉽게 사라지는 빌런과 적들은 너무나 시시했지만, 진부한 스토리와 그나마 괜찮았던 액션신을 뒤로하면, 남는 것은 눈부시게 아름다웠던 바닷속 세상과 매혹적인 심해의 괴수들 뿐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