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루시퍼 시즌1'

신부가 술집으로 들어오다.

by 글도둑

무신론자인 나도 이런 종류의 이야기는 좋아한다. 넷플릭스에서 본 '루시퍼'의 이야기는 기독교를 기반으로 한 DC 코믹스 드라마다. 초월적인 존재이자, 신의 아들은 방탕하게 살았다는 이유로 천국에서 쫓겨나 지옥으로 떨어졌다. 루시퍼는 그렇게 천사의 이름을 버리고 지옥에서 죄인들을 벌하는 삶을 살았다. 그가 은퇴를 선언하기 전까지는.


자신의 입으로는 은퇴라고 말했지만, 어떻게 보면 전지전능하신 우리 아버지의 입장에서는 가출이나 다름없다. 여기서 재밌는 점은 기독교 기반으로 풀어내는 스토리와 유머다. 주인공, 루시퍼 모닝스타는 말 그대로 타락한 천사이자, 악마로써, 로스 '에인절'러스에서 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자신의 흥미와 재미를 추구하며 말 그대로 '꼴리는 데로' 살아가던 그는 형사, 클로이 데커에게 자신의 능력이 통하지 않는 것에 놀라워하고 즐거워한다.


때문에 그녀와 함께 형사 일을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은 것이 시즌 1이다. 그중, 9화에서 펼쳐진 스토리는 정말 인상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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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퍼 모닝스타는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에게 질문한다. 내가 성경을 읽으면서 느꼈던 의문점과 동일한 질문이었다. 아브라함에게 아들을 바치라며 시험하던 우리 아버지는 대체 어떤 생각이 있으셨던 걸까.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라는 기도를 외우던 나의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


루시퍼의 절규에 가까운 질문은 그가 왜 천국에서 떨어져서 지옥을 관장하게 됐는지, 그리고 작품 내내 악마가 하는 행위에 대해서 비난받던 그의 분노가 얼마나 큰지 보여준다. 아버지의 뜻으로 단지 죄인을 벌하는 역할을 맡았을 뿐인데, 인간들은 그를 단지 사악한 짓을 하는 '악마'라고 말한다. 사실, 그는 사악한 짓을 하는 사람들을 벌하는 '추락한 천사'였을 뿐인데. 악을 벌하는 존재를 악을 행하는 사람들이 욕을 하고 다닌다게 우습기만 하다.


루시퍼는 신부의 상황에 대해서 자기 자신을 대입한다. 사실 그가 해결하려고 하는 대부분의 사건이 자신의 감정이나 상황과 비슷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그는 누가 죽든, 다치든 상관하지 않고 자신이 생각한 답을 찾으려 애를 쓴다. 필멸자의 생사에는 딱히 관심이 없달까.


그럼에도 그는 몇몇 인물에게 신경을 쓴다.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는 몇몇 인물들에게 말이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이 다치거나 죽었을 때, 그는 이런 반응을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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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아버지가 내린 규칙을 따르지 않아도 실패하고, 규칙을 따라도 여전히 실패한다면,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게임을 벌이는 거냐며 따지는 루시퍼. 루시퍼의 아버지를 구원자라고 믿고, 기도하며, 의지하는 신부님의 죽음은 그를 더 혼란스럽게 만든다.


루시퍼에게 아버지는 늘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비친다. 자신이 뭘 하던 기대하지 않았고, 자신이 싫어하는 일을 강제로 시켰다. 아버지는 우리에게 제대로 된 답을 해주지 않는다. 루시퍼는 그런 아버지를 싫어하고 미워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궁금해한다. 왜 이러는지, 왜 대답은 해주지 않는 건지. 혼란스러운 상황을 잊기 위해서 그는 결국 자극적인 것들, 술과 마약, 그리고 섹스 속에 빠져 산다. 말 그대로, 방탕한 아들이 되어버린 것이다.



작품 속에서 루시퍼는 사람들에게 호의를 베풀고 다닌다. 물론, 그 호의의 끝이 결코 좋은 끝맺음을 의미하진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루시퍼가 대놓고 악의 구렁텅이로 떠미는 것도 아니다. 단지, 사람의 욕망을 눌러놓지 말고 그대로 행동하라고 이야기만 해줄 뿐이다. 그는 사람들에게 질문한다. 당신은 무엇을 갈망하냐고.


그 질문에 사람들은 다양한 답변을 툭 하고 내뱉는다. 재밌게도 그 답변에 때로는 루시퍼도 놀란다. 악마조차 사람의 욕망을 예상할 수 없다. 우리는 어떤 욕망을 품고 살아갈까. 그리고 그 욕망을 과연 어디까지 충족시켜야 할까. 루시퍼 모닝스타의 행보를 뒤따라 걸어가면서 한번 고민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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