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과 악, 천사와 악마 사이

반항아, 루시퍼 모닝스타

by 글도둑

루시퍼 모닝스타라는 이름은 흔하지 않다. 때문에 사람들은 '루시퍼'라는 이름을 말할 때, 정말이냐고 되물어보곤 한다. 루시퍼(Lucifer)라는 이름은 라틴어로 '빛을 옮기는 자' 또는 '샛별'이라는 뜻이다. '모닝스타'는 이 라틴어에서 따온 듯하다. 샛별, 우리나라에서는 떠오르는 기대주를 '샛별'이라 표현하곤 하는데, 내 기준에서 이 작품은 기대주를 뛰어넘은 듯싶다.


넷플릭스 드라마, '루시퍼'는 기독적인 판타지를 베이스에 추리물을 살짝 감미한 작품이다. 그중, 주인공 루시퍼 모닝스타는 타락한 천사이자, 악마이며 지옥을 다스리는 왕, 이였다. 그가 은퇴를 선언하기 전까지는.


루시퍼는 '클로이 데커'라는 형사와 얽히면서 사건에 자신의 감정, 문제, 결핍을 대입해서 풀어나간다. 사건에 자신과 상관없는 사람이 죽던, 말던 신경 쓰지 않기에 그의 면모는 어찌 보면 악마처럼 보이기도 하다. 사건을 추리하며 흥미를 돋기 위해서 인지 타천 사이자, 악마인 사탄으로써의 능력은 상당히 너프 되어 있는 상태이다.


이 작품은 루시퍼와 그 주변 인물들의 심리적 갈등을 표면적으로 드러내도록 한다. 다른 주변 인물도 여러 사건을 겪으며 성장하거나 타락하기도 한다. 그 성장과 타락이 가장 두드러지는 인물 또한 주인공 루시퍼다. 그는 스스로를 악마라고 부른다. 악마이기 이전에 천사였던 자신은 잊어버린 채로, 위대한 아버지 앞에서 반항하기 위해서 날개를 자르는 등, 바보 같은 짓을 일삼기도 한다.



시즌이 넘어가면서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보다는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과 천사들이 자유 의지를 가지고 행동한다는 것을 서서히 깨달아간다. 모든 잘못을 아버지의 계획 때문이라던 루시퍼는 서서히 자신의 죄에 대해서 깨닫기 시작한다. 자신을 조종한다고 믿고 싶었고, 때문에 그렇게 믿었던 그는 내면 깊숙이 숨어있던 감정, 스스로에 대한 증오를 발견한다.


그는 지옥에 떨어져, 죄인들을 벌했다. 그는 아버지에게 반란을 일으킨 죄로 지옥에 떨어졌다. 드라마 속의 루시퍼는 정확한 이유, 왜 반란을 일으켰는지는 나오지 않는다. 그의 성격을 볼 때, 천국에 대한 따분함과 지루함, 그리고 아버지에 대한 반항심이 이유로 보인다. 그는 벌하는 일을 하면서 스스로도 고통받는다. 자신의 의지가 아닌, 아버지의 명령으로 인해서 하는 일이었으니까. 지옥을 관리하면서, 그리고 아버지에게 반항하면서 그는 스스로를 증오하기 시작했지 않았을까.


그는 자기 자신을 너무나 사랑했다. 욕망과 욕구에 충실했고, 거짓을 내뱉지 않은 자신을 사랑한 나머지, 진실을 마주하기 두려워했다. 자신을 사랑하는 만큼, 증오하고 있다는 걸 입 밖으로 내뱉기 싫었으니까. 때문에 루시퍼는 la에서 클럽을 운영하고 수많은 여성 혹은 남성들과 잠자리를 하되, 책임지지 않는다. 클럽을 운영하며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기꺼이 호의를 베풀지만, 책임을 지진 않는다. 그저 언젠가 빚을 받아낼 뿐이다.


그가 스스로에게 품은 증오심은 그의 두 가지 모습을 만들었다. 악마의 모습과 천사의 날개로 대표되는 그 모습은 때로는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때로는 경외심을 안겨준다. 찬란한 날개는 그의 선함을 보여주며, 악마의 얼굴은 그의 악함을 나타낸다. '루시퍼 모닝스타'의 세계관에서 보여주는 '선'은 용서와 관용, 그리고 희생이다. 능력을 잃었던 천사가 날개 또는 능력을 되찾는 모습으로 봤을 때는 그렇다. 하나, 어떤 관점에선 또 그렇지 않다.


루시퍼를 지옥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악행을 저지르는 천사들은 여전히 날개와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자신의 죄를 깨닫는 순간 능력이 없어지곤 한다. 작품에서 등장 하는 인류 최초의 살해자, 카인은 지옥에 대해서 이런 말을 한다. 자신은 지옥에 갈 일이 없다고. 내가 해왔던 일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지 않기 때문에, 죄를 벌하는 지옥엔 가지 않을 거라면서. 루시퍼의 형, 아메 다니엘은 능력이 우리 스스로에게 나온다고 말했다. 그가 날개를 되찾았을 때, 그는 깨닫는다. 결국 자신의 마음이 중요하다는 것을.


여기서 궁금한 것이 생겼다. 과연, 자신이 '선'이라고 굳게 믿으면서 범죄를 저지른다면, 그는 천국을 갈 수 있을까. 반항아, 루시퍼는 자신이 무의식적으로 그어놓은 선을 벗어나면 악마로 변한다. 만일, 그가 자신이 언제나 옳다고 믿는다면 항상 천사로 살 것이다. 우리가 가진 선과 악에 대한 개념은 우리 스스로가 정할 수 있는 걸까. 아니면 전지전능한 우리 아버지의 가이드라인이 따로 존재하는 걸까.


적어도, 넷플릭스 드라마 '루시퍼'에서는 우리가 정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가 믿는 대로 말하고 행동한다면 말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루시퍼 속의 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