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악인전'엔 악인만 등장한다.
마동석이 등장하는 영화라고 들었다. 정형적인 마동성 장르인 줄 알았다. 마동석이 스토리 따라가면서 다 때려 부수는 그런 영화 말이다. 내 예상은 절반만 맞았다. 다 때려 부수는 건 맞지만, 마동석 외에도 무언가 있었다. '악인'말이다.
영화 '악인전'은 나쁜 놈 두 명이 더 나쁜 놈을 잡는다는 이야기다. 이 영화에서는 흔하디 흔한 권선징악에 대해서 늘어놓지 않는다. 부패하고 무능한 경찰과 그런 경찰을 이용해 먹는 머리 좋은 깡패들, 그리고 무차별적인 살인을 일삼는 괴물 한 마리가 등장할 뿐이다. 그래서 이 영화엔 '선'이 없다.
영화는 세 가지 축으로 맞물린다. 조폭 두목과 형사, 그리고 살인마가 각 한축을 이루며 각자 목적이 있다. 형사의 목적은 '승진'이다. 부패하고 무력한 경찰의 행보에 분노하는 그는 위로 올라가고 싶어 한다. 범인을 잡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물이다. 범죄자를 싫어하면서도 목적을 위해서라면 그들과 한패가 될 수도 있는 인물, 또 다른 그릇된 신념을 가진 악인이 될 인물이다.
반면, 조폭 두목은 지극히 깡패스럽다. 부하들을 때리면서도 챙겨주고, 목적을 위해서 친구도 서슴없이 담가버리는 깡패 말이다. 그는 복수와 가오를 위해서 살인마를 쫒는다. 조폭 두목이 돼서 칼침 놓은 범인을 가만둘 수 없으니까. 가만두면 '가오'상하니까.
그렇다면, 살인마의 목적은 뭘까. 그가 연기하는 모습에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안톤 쉬거'의 그림자가 일렁였다. 무분별한 살인과 자기만의 개똥철학. 그는 책에서 신념을 얻었었고, 살인이라는 방법으로 행동했다. 그가 살인마가 되어가는 모습을 조금만 더 자세히 설명했다면 더 완벽한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조금은 아쉬웠다. 살인마의 캐릭터를 더 잘 살렸다면, 영화의 긴장감과 공포감이 더 했을 텐데.
가장 큰 축은 형사다. 그는 범인을 잡기 위해서 악인과 협상을 한다. 그러면서 악인에게 물들어간다. 초반부, 조폭 두목이 부하들을 때리는 장면이 있다. 후반부, 형사는 자신의 동생들을 때리는 장면은 그가 분노와 폭력에 물들어 간다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이미 '경찰'이라는 조직에 실망한 상태였고, 그 조직에서 조금이라도 자유로워지기 위한 방법으로 승진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직위가 높을수록, 자유도는 높아지기 마련이니까. 그는 상사의 눈을 피해서 범인을 잡는다. 그에게는 피해자에 대한 동정도, 미안함도, 슬픔도 보이지 않는다. 피에 물들어가는 그의 손은 또 다른 악인의 탄생을 보여준다.
법으로는 잡을 수 없는 범죄자들이 있다. 그런 악인이 있다면, 악이 되어서라도 잡아넣어야 할까. 범죄자를 범죄로 잡아넣어도 되는 걸까. 마블 코믹스의 퍼니셔가 떠오른다. 악이 되어서 거리의 갱단을 쓸어버리는 악인. 과연, 정의를 위해서 휘두르는 폭력은 정당화될 수 있을까. '선'이라는 탈을 쓴, 악인이 되어버리는 건 아닐까.
영화, '악인전'에서 선은 없다. 목적을 위해서 달려가는 악인들만 자리할 뿐이다. 마동석스러운 코미디가 간간히 분위기 환기시키고, 살인마가 주는 스릴이 영화를 어둡게 만든다. 제목이 참 잘 어울리는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