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윅 3, 높은 것들을 위한 재장전
*스포일러 주의
1.
존 윅 2의 마지막에서 그는 누가, 얼마나 따라오든 모조리 죽여버리겠다며 암살자들의 도시, 뉴욕과 전쟁을 선포한다. 그렇게 호기롭게 외치던 조나단은 도망친다. 처절하게 도망치고, 또 도망친다. 그는 왜 도망쳤을까. 단지 목숨이 아까워서는 아니다.
작품 속 조나단은 아내를 기억하고 싶어서 목숨을 구걸한다. 손가락을 잘라, 결혼반지를 바치면서 생을 이어가려던 그는 마침내 깨닫는다. 영혼을 팔아서 생을 유지해봤자, 그 끝에는 괴물이 되어버린 바바야가만이 남을 거라는 사실을.
그래서 그는 다시 최고 회의와 그 위의 장로를 배신하고 윈스턴과 함께 전쟁을 벌인다. 전쟁을 준비하는 그의 모습에서 전율이 느껴졌다. 도망치고, 쫓기던 조나단에서 사냥을 준비하는 암살자, 존 윅으로 돌아간 것이다. 그는 룰을 부수기 시작한다. 최고 회의와 장로를 거스르면 안 된다는 룰, 콘티네탈 호텔에서 사람을 죽이면 안 된다는 룰. 그는 최고 회의의 정예 부대를 몰살시킨다.
그 끝에는 한 번의 반전이 더 있었다. 존 윅은 오랜 친구에게 배신당하고, 여전히 파문당한 채로 뒷골목으로 숨어든다. 늘 차분하던 그의 얼굴과 행동에서 이젠 분노만 남아서 일그러진 얼굴, 피투성이에 왼손 약지가 절단된 채로,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 올리는 그는 바바야가, 그 자체였다.
2.
존 윅은 룰을 부수는 존재다. 1편에선 은퇴에서 돌아왔고, 2편에선 콘티네탈 호텔에서 살인을 저질렀으며, 3편에서는 최고회의에게 반기를 들었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존 윅의 1편과 2편은 복수로 끝났지만, 3편은 복수의 시작으로 끝난다는 점이다. 복수를 시작하는 존 윅은 얼마나 잔혹할까. 2편에서 잔뜩 불어넣은 기대감은 3편에서 전부 해소되지 않았다. 오히려 기대감을 더 불어넣을 뿐이었다.
존 윅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총격전과 격투 장면은 꽤나 화려하고 다채롭다. 하지만, 액션에 액션만 나온다면 그게 무슨 재미가 있을까. 존 윅의 첫 영화와 두 번째 영화는 그에 대한 공포와 전설적인 존재의 일화 덕분에 지루 할 수 있는 액션신이 더 흥미로워졌다. 부기맨 잡는 부기맨, 망할 연필로 3명을 죽이는 전설적인 존재 말이다.
하지만 이번 3편에선 존 윅은 단순히 비싼 사냥감에 불과했고, 그의 위압감은 푹 죽어버렸다. 그 때문일까, 멋진 액션신은 지루하게 변했다. 콘티네탈 호텔에서 보여준 마지막 액션신을 제외한다면, 전혀 존 윅 답지 않았다. 도망자에 불과한 그는 비굴했고, 비참했다. 3편을 그렇게 만든 이유가 있다고 본다. 앞서 말했듯, 1편과 2편엔 초반부에 복수가 시작되는 반면, 3편에는 영화의 말미에 복수의 막이 오르기 때문이다.
존 윅은 4편에서 '조나단'이 아닌, '바바야가'로 돌아와 최고 회의와 윈스턴, 콘티네탈 호텔에게 복수할 것으로 보인다. 그 끝엔 그들이 그토록 소중하게 여기던 '룰'을 부수는 결과가 따라올 것이다.
존 윅은 흥행에 실패할 때까지 계속 시리즈가 나오지 않을까. 스토리 따윈 개나 줘버리고 액션과 스릴에만 몰두한 이 영화는 더 새롭고 멋진 액션신만 있다면 꾸준히 살아남을 수 있다. 높으신 분들에게 총질할 4편을 기대하게 되는 영화, 존 윅 3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