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티스의 비밀 상담소
우리에겐 늘 선구자가 있다. 처음으로 살색 가득한 영상을 접했을 때도, 처음 사랑을 하고, 처음 누군가와 함께 밤을 지새웠을 때도. 우리에게는 늘 한 발 앞서가는 친구들이 있었고, 그들을 통해서 우리에게 새로운 지식을 얻는다. 우리가 불편해하면서도 호기심 어린 눈빛을 보내는 무언가에 대해서 말이다.
섹스. 우리는 그 단어에 대해서 불편해하는 동시에 호기심을 품는다. 특히 어렸을 때는 더욱더 그랬다.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 영어를 직역하자면 '섹스 교육'이다. 넷플릭스에서 '비밀 상담소'라고 번역한 이유는 우리나라의 유교적인 교육 덕분인 듯싶다.
이 영국 드라마를 통해서 우리는 영국 학생들의 성생활에 대해 엿볼 수 있다. 우리나라보다 더 개방적인만큼, 더 많은 문제들이 일어나고 있었다. 성병, 낙태, 동성애 등, 드라마는 정말 자연스럽게 다양한 문제를 다루기 시작하고, 주인공 오티스는 자기가 주워들은 정보를 토대로 학생들을 도와준다. 물론, 대가는 받지만 말이다.
이 드라마를 이끄는 것은 '역설'이다. 주인공은 이혼한 섹스 상담가 어머니의 밑에서 자랐고, 그 덕분에 성 지식은 가득하지만, 이성의 접근과 자신의 성기에 대한 혐오감을 품고 있었다. 그런 그는 돈이 필요한 매티스와 상담소를 차리게 된다. 바로 '성 상담소'. 동정에, 연애도 못해본 그가 차린 성 상담소는 꽤나 성황리에 운영되는 아이러니. 그의 베스트 프랜드인 에릭은 게이지만, 정작 오래 알고 지낸 에릭은 오티스를 연애 대상으로 여기지 않는 아이러니.
이런 요소들이 맞물리면서 드라마는 재미를 더한다. 상담가는 오티스지만, 정작 상담이 필요한 사람도 오티스인 드라마, 다른 학생들의 문제를 해결해주지만, 정작 자신의 문제는 해결할지 모르는 그는 과연 어떻게 할까.
아직 드라마를 보는 중이다. 적나라하면서 야한 장면들이 나오지만, 드라마의 재미를 더하는 요소로만 보인다. 청소년들에겐 이런 드라마가 오히려 성교육으로 적합해 보인다. 우리가 아는 낯부끄럽고 어색한 성교육 시간보다는 , 우리가 훨씬 더 재밌게 볼 수 있는 드라마가 더 와 닿을 테니까.
때로는 지질한 오티스의 모습을 보면서 감정이 이입된다. 더는 찌찔해지지 말자고 되뇌며 보는 드라마,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