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아홉수 우리들
처음엔 단순히 만화를 좋아한다고 생각했었다. 나중에 깨닫고 보니 그냥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이었다. 영화, 소설, 만화, 웹툰을 가리지 않는다. 우연히 클릭해서 들어간, 웹툰의 부드러운 그림체와 '아홉수'라는 단어가 주는 호기심에 정주행을 시작했다.
웹툰, 아홉수 우리들은 스물아홉의 여성 3명의 주인공을 보여준다. 중소기업 비정규직과 공시생, 그리고 항공 승무원이지만 각자 가진 사연은 꽤나 짙고 어둡게 깔려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비중이 많은 기업 기업 비정규직, 봉우리는 사주와 점을 보는 걸 좋아한다. 막연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불안정한 현재의 삶이 주는 고민은 그녀를 사주와 타로 카드의 세게로 떠밀었다.
'나라는 먼지의 운명을 우주에게 물어보자'
문득, 내가 불안했을 땐 어땠는지 생각해봤다. 나는 내 운명을 우주에게 물어보지 않는다. 그 대신 다른 걸 했다. 나는 변수를 싫어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 의지와 능력이 아닌 다른 사람의 생각과 행동에 나의 결과가 바뀌는 것이 가장 싫었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변수는 나를 비참하게 만든다. 그럴 때마다 나는 다른 것에 기대려 했다.
기도도 해보고, 간절하게 상상해보기도 했다. 혹시나 하고 올 행운을 기대했고 된다면 어떻게 할까 생각하기도 했다. 어쩌면, 사주나 타로와 비슷하게 보일 수도 있다. 똑같이 남에게 의지하는 거니까. 그렇게 많은 실패를 경험하고 나서 깨달았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변수가 있다면, 내 능력이 닿지 않는 다면 실패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는 것을.
그 이후로 나는 누군가에게 기대려는 것을 포기했다. 나의 운명을 남에게 물어보지 않았고 행운을 바라지도 않았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했고 조금 더 나의 발전을 위해서 투자했다. 무엇보다 실패 이후에 계획을 세웠다. 지금은 늘 계획을 세우고 말하는 대로 행동하려 애를 쓴다. 웹툰 속 주인공들처럼 미래가 불안하니까.
막연한 질문을 통해서 우리는 막연한 답을 얻는다. 지불한 현금의 가치에 맞는 대답을 듣고서 점집을 나선다. 웹툰, 아홉수 우리들은 주인공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우리들에 대한 이야기다. 불안정한 삶과 어설픈 어른인 우리들이 어떻게 사회에서 버티는지 보여준다. 때로는 달달하지만 서글프고 안쓰럽다. 웹툰을 보며 우리가 가진 막연한 질문을 작가가 어떻게 풀어나갈지 더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