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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려온 비틀즈를 잃어버리다

영화, 예스터데이

by 글도둑

비틀즈가 세상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수많은 전설적인, 위대한 것들도 사라졌다. 그런 위대함을 기억하는 단 한 사람, 잭 말릭은 무명의 싱어송 라이터였다. 그리고 그는 비틀즈의 노래로 유명해지자 마음먹는다.


이 영화에서 담아내려고 했던 것이 뭘까. 솔직히 말해서 나는 비틀즈에 대해서 잘 모른다. 그저 몇 개의 노래를 좋아할 뿐이다. 그 곡에 어떤 의미가 담겼는지, 그리고 어떻게 쓰였는지 모른다. 주인공이 리버풀에 꼭 가겠다고 우기는 것도, 어떤 노래를 이 타이밍에 부르는지도 잘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비틀즈의 노래엔 사람의 감성을 울리는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영화 중간중간에 짧게 들려주는 비틀즈의 음악은 충분히 감미로웠다. 그걸 이런 식으로 쓰기 전까지는 말이다. 비틀즈의 노래는 이 영화에서 실종되었다. 노래가 담긴 본연의 의미는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지만, 관객에게 딱 하나 전해진다.


남의 삶을 빌려서 사는 것보다 나의 삶을 사는 것이 더 행복하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한다 말하는 것이 행복이다. 이 영화의 제목은 예스터데이, 비틀즈의 노래에서 따왔다. 그리고 비틀즈의 노래를 빌려서 로맨스 아닌 로맨스를 만든다. 분위기 좋게 한 곡 뽑아내기보다는 노래를 사건과 사건 사이에 배치하여 잭 말릭의 위치가 어떤지 보여주는 장치로서 사용된다.


비틀즈의 역할이 고작 그 정도일 줄은 몰랐다. 비싼 저작권을 들여서 뽑아낸 노래가 이 정도라니 슬플 따름이다. 영화는 나름 괜찮다. 노래를 잠깐씩 들려주는 것도, 결정장애가 있는 주인공도, 남의 삶을 훔친 고통을 보여주는 것도, 어설픈 로맨스를 찍는 것도. 다만, 위대한 음악가의 노래를 빌려서 우리에게 제대로 들려주지 않았다는 것은 아쉬웠다. 비틀즈의 노래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들은 과연 영화를 어떤 시각으로 봤을까. 궁금해지는 영화, '예스터데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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