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에, 할리우드에서는
1960년대, 할리우드와 영화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면 감독이 보여주는 추억 덕분에 즐거울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지루하겠지만. 영화의 80%는 그 당시 미국의 분위기, 특히 할리우드와 LA의 상황을 보여준다. 히피가 가득하고 무비 스타를 꿈꾸는 이들이 모이는 도시. 서부극의 건맨을 연기하던 왕년의 스타, 릭 달튼을 그려내는 디카프리오와 그를 도와주는 스턴트 맨 클리프를 연기하는 브래드 피트가 아니라면 중간에 나갔을지도 모른다.
영과 중간에 한물 간 스타를 연기하는 디카프리오의 모습이 극장에서 나가려는 발걸음을 붙잡는다. 마초적이지만 지킬 건 다 지키는 브래드 피트의 모습도 굉장히 매력적이다. 하지만, 이 영화를 통해서 보여주는 건 다름 아닌 할리우드의 모습이었다. 마고 로비, 디카프리오, 브래드 피트를 통해서 영화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계급을 상, 중, 하로 보여준다. 그리고 디카프리오에게 왕년에 스타였던 사람이 어떤 방식으로 추락하는지를 왕년에 스타였던 알 파치노가 설명해준다.
잊힌 서부극과 시간에 따라서 사라지는 왕년의 스타들, 그리고 60년대에 있었던 비극적인 사건을 한 곳에 보아서 영화로 만든 것이, 옛 날 옛 적 할리우드 이야기다. 쿠엔틴 타란티노는 초반부터 끝까지 천천히 영화를 보여준다. 그때 우리는 그랬지, 이때 우리는 이랬지 하며 그들만이 알 수 있는 추억 이야기를 끝까지 펼쳐낸다. 마침내, 영화의 극 후반부에서 타란티노스러운 장면들이 나온다.
그 끝엔 비극적인 사건에 대한 추모를 보이며 막을 내린다. 잊힌 서부극을 위한 기념비이자 1960년대 할리우드의 추억이면서 한 사건의 추모를 담아낸 영화다. 감독이 원하는 것은 영화를 잘 알지 못하는 나에게도 잘 보였다. 그러나 우리는 감독이 원하는 공감대가 부족하다. 특히 한국이란 나라에서 이 영화가 과연 찬사 받을 수 있을까. 의문이 들면서 막이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