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프리오의 '릭 달튼'
타란티노의 ‘할리우드’는 1960년대 미국의 모습과 서부극에 대한 로망, 그리고 찰슨 맨슨 사건에 대해 다루었다. 하지만 디카프리오가 연기한 ‘릭 달튼’은 왕년의 스타였던 사람의 삶을 보여준다.
잘 빠진 차에서 담배를 뻑뻑 피워대며 내리는 릭 달튼은 마초적인 등장과는 다르게 연약한 속내를 드러낸다. 자신이 영화판에서 가진 위치를 너무나 적나라하게 설명해주는 마빈 슈워즈(알 파치노)를 만난 뒤 밖에 나가 엉엉 울어버린다. 그 모습이 꽤나 꼴사나웠기에 운전기사 겸 스턴트맨 클리프(브래드 피트)는 자신의 선글라스까지 빌려주면서 그만 울라고 말한다. 그 뒤에도 릭 달튼은 소설을 읽다가 전성기가 지나버린 소설 속 주인공에 감정 이입해서 훌쩍이고, 곁에 있던 아이에게 위로받기까지 한다.
촬영 중 실수한 자신의 모습에 실망하면서 격하게 분노를 드러내는 모습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릭 달튼이 아닌 디카프리오는 촬영 도중 실수하면 과연 어떤 모습일까 궁금증을 자아낸다. 릭 달튼이란 캐릭터는 여전히 전성기를 달리고 있는 디카프리오에게 ‘왕년의 스타’라는 미래를 보여준다. 그래서 디카프리오는 연기에 더욱더 몰입한다. 한 번만 더 술 마시면서 대사 연습하면 총으로 머리를 날려버리겠다며 윽박지르는 그의 연기에서 ‘스타’가 느끼는 중압감이 보인다. 초반부터 이어오던 감정선과 영화 촬영하며 무섭게 연기를 하는 배우로 몰입하는 그는 정말 굉장했다. 그때 그 시절을 모르는 사람들이 지루해하던 찰나, 릭 달튼의 연기는 우리의 집중력을 되살려준다.
디카프리오는 매력적인 외모에 무서운 연기력이 묻혀있다. 그의 외모가 흥행에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의 성공은 연기력이 기반이다. 릭 달튼으로 분한 그는 아직 ‘왕년의’라는 수식어를 거절하면서 여전히 빛나는 스타라는 것을 상기시켜준다. 감독 타란티노가 보여준 것이 그때 그 시절 할리우드라면, 디카프리오가 보여준 것은 ‘스타’의 증명이었다. 빛나는 별이라는 것은 늙고 쇠하더라도 여전히 빛나고 있음을 알려준 것이다.
‘데코튜’라는 죽여주는 악역 연기를 끝낸 릭 달튼은 눈물을 글썽이며 말한다.
“I'm fucking Rick Dalton."
‘릭 달튼’이라는 끝내주는 연기를 보인 디카프리오는 웃으며 말하지 않을까.
“I'm fucking Dicapr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