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고 분노의 추적자
타란티노의 영화, ‘장고’는 흔한 무협지처럼 전개된다. 묵혀둔 은원과 성장, 그리고 피로 점 칠 된 복수극까지. 노예제도가 아직 남아있는 시대의 서부극을 그려내는 이 영화는 복수가 뭔지 제대로 보여준다. 주인공 장고가 흑인 노예로 팔려가는 것을 시작으로 일대기를 그려내는데, 정작 관심을 끄는 인물은 닥터 킹 슐츠였다.
달랑거리는 치아를 마차 위에 매달고서 우스꽝스럽게 등장하는 그는 굉장히 독특했다. 그는 현란한 말솜씨와 소매에서 빠르게 뽑히는 권총으로 노예상인을 쏘아 죽인다. 그다음에 그가 벌인 행동은 무척 이상했다. 자신이 죽인 노예 상인에게 다가가, 노예인 장고를 구매하겠다며 그의 머리 위에 지폐와 동전을 던진다. 그러고 나선, 노예인 장고에게 예의를 갖추며 정중하게 대한다. 그리고 다른 노예들은 그냥 풀어주는데, 이 모습에서 닥터 킹 슐츠가 어떤 인물인지 여과 없이 드러난다. 빠른 행동과 결단력, 그리고 뛰어난 말솜씨와 전략에 사격술까지. 그 이후에 이어지는 사건에서 그는 따뜻한 신사의 얼굴과 냉정한 사격 솜씨를 보여준다.
노예 제도가 없는 독일에서 온 그는 현상금 사냥꾼답지 않은 지식과 언변을 가지고 있었다. 때문에 왜 그가 현상금 사냥꾼을 하는지 호기심을 자아낸다. 영화 속에서 그의 과거는 제대로 언급되지 않는다. 5년 전, 모종의 사건을 이유로 치과의사를 그만두고 현상금 사냥에 뛰어들었다는 걸 제외하면 말이다. 죽은 노예상인에게 노예 값을 지불하는 것을 볼 때, 그가 단순히 ‘돈’에 의해 움직이는 인물이 아니란 걸 느꼈다. 반면, 아들이 보는 앞에서 수배자에게 총을 쏘는 비정함에서 그가 ‘악인’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깨달았다. 그리고 개에게 물어 뜯겨 죽어가는 노예를 제대로 못 보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그가 가진 순수함이 보인다.
닥터 킹 슐츠가 보여주는 모습은 조금씩 다르다. 때로는 과감하고 비정하면서, 때로는 부드럽고 친절하며, 인자했다. 그에게 과연 무슨 일이 있었을까. 왜 치과의사는 현상금이 걸린 수배자를 뒤쫓지만 정작 현상금은 목적이 아닐까. 아마도 원한으로 짐작된다.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는 ‘복수’다. 5년 전, 킹 슐츠는 모종의 사건으로 수배자들에게 원한을 품지 않았을까. 역마차를 털고, 소떼를 훔치는 황야의 무법자들은 아마 어떤 치과의사를 털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치과의사가 아끼던 무언가를 가져갔을 것이다. 소중한 무언가를 잃은 치과의사는 복수를 위해 허리에 리볼버를 차고, 소매 속에 작은 권총을 숨겨놓았으며, 다이너마이트를 짊지고 살아간다. 수배자를 소탕하기 위해서, 다른 이들이 자신처럼 소중한 사람을 잃지 않도록 말이다.
장고를 만나고서 킹 슐츠는 책임감을 느낀다. 자신이 살린 사람이 예전의 자신처럼 소중한 사람을 잃을 위기에 놓여있으니까. 때문에 킹 슐츠는 온 힘을 다해서 장고를 도와준다. 그가 보여주는 고결한 신사의 모습과 냉철한 사냥꾼의 모습은 대비가 되면서 묘한 이미지를 심어준다. 등장부터 퇴장까지 유쾌하던 치과의사는 끝까지 자신의 과거를 드러내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더 흥미로운 캐릭터로 기억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