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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도둑 Aug 12. 2019

태안, 만리포에서

서핑 재도전

강원도, 양양에서의 서핑은 태풍의 여파로 비바람과 강한 파도 속에서 이뤄졌다. 그 결과, 나는 바다 위에서 제대로 서 있지도 못했으며, 파도를 제대로 타보지도 못하고 바다를 떠나야 했다. 내가 생각했던 서핑과는 너무나 달랐다.


재도전의 기회는 생각보다 일찍 찾아왔고, 이번에는 태안, 만리포로 향했다. 날씨는 너무 화창했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주르륵 흘러내릴 정도였다. 서핑 강습과 렌트를 다시 신청했다. 처음부터 다시 배워보고 싶었다. 사실, 이론 교육 자체는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만리포에서는 서핑을 교육했던 강사가 너무 재수 없었던 것만 뺀다면 만족스러웠다.


슈트로 갈아입고, 서핑 보드를 들고 해변가로 향했다. 맨 발에 닿는 뜨거운 아스팔트를 지나, 해변가로 향하니 비로소 바다에 도착했다는 것을 실감했다. 강원도와는 다르게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상상 그대로의 바닷가였다. 뜨거운 태양, 시원한 바닷물, 그리고 바글바글한 사람들.


지루하고 인상 찌푸리게 만드는 이론 교육을 끝으로 바다에 나가자, 시원함이 온몸을 감싸 안았다. 그리고 짜디짠 파도의 공습도 이어졌다. 해안가에 근접할수록 파도는 강했고, 아팠다. 보드를 제대로 잡고 있지 않으면 파도에 맞아 멀리 튕기곤 했다. 강사는 우리를 한 명씩 잡고 파도가 올 때, 밀어줬다. 그 힘으로 우리는 보드 위에 서서 파도를 탔다. 물론, 처음엔 대부분이 실패했고, 강습의 마지막엔 대부분이 성공했다.


그러고 나서, 우리는 혼자서 파도를 잡아 타는 것을 배웠다. 물론, 이론으로만 들었다. 파도를 잡는 것은 혼자서 배워야 했으니까. 보드에 올라서 패들링을 하고, 해변에서 조금 떨어진 바닷가로 나가니 주변이 조용했다. 조용한 가운데, 태양이 떨어지는 바다를 바라보며 파도를 기다렸다. 나와 같은 사람들이 주변에 하나, 둘 씩 보였다.


때로는 파도에 휩쓸리고, 때로는 파도를 놓쳤다. 그리고 딱 한 번은 혼자서 파도를 잡아 올라탔다. 그 순간은 잊지 못할 것 같다. 파도가 나를 밀어낸다고 느껴지는 순간, 나는 보드 위에 올라서서 자세를 잡고 앞을 봤다. 앞에는 사람들이 보였다. 다리에 힘들 주자 살짝 방향이 틀어지는 게 느껴졌다. 사람을 피하려 애를 쓰면서 해변까지 파도를 타고 밀려왔다.


보드에서 가볍게 착지를 하고 나니, 뭔가 해냈다는 느낌이 가득했다. '파도타기'라는 건, 생각보다 굉장히 기분이 좋았다. 늘 얻어맞기만 하던 내가 파도 위에 올라서서 바다를 바라보는 느낌은 굉장히 뿌듯했다. 시원한 바람이 스쳐 지나가고, 뜨거운 태양이 내 뒤를 받쳐주고 있었다.


그 뒤로는 팔에 힘이 빠져서 파도를 따라잡지 못했다. 파도가 오기 전에 일정 속도를 내지 못하면, 파도에게 먹혀버린다. 그렇게 수차례 짠맛을 느끼고 나서야, 나는 바다에서 기어 나올 수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즐거웠다. 파도를 타봤으니까.


팔과 어깨의 힘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올해, 다시 한번 서핑을 하러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운동을 더 해보고, 다시 한번 도전하고 싶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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