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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도둑 Feb 23. 2017

당신의 마음빚

심리적 부채에 대하여

학생 시절, 나에게 밥을 사주던 선배가 그런 말을 했다.


"나도 선배들에게 얻어먹었어. 그러니까 너도 얻어먹다가 나중에 후배들 오면 사주면 돼."


그게 우리 동아리식 내리갈굼이라며 그냥 감사하게 얻어먹고 나중에 후배에게 돌려주라고 말했다.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 말자 취직을 했고, 후배들에게 참 꾸준히도 사줬다. 물론, 후배들도 갚으려고 노력하긴 했지만 말이다. 내가 군대에 있을 때는 후배들, 아니 동생들이 사주려고 노력했다. 신기하게도 나보다 어린 애들에게 얻어먹기는 조금 애매해서 적당히 나눠서 냈다.


그러던 중, 어느 분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


"결국 인생은 Give & Take야. 근데, 주기만 하고 받지 못하더라도 괜찮아. 왜나면 '심리적 부채'가 남는 법이니까. 그거 생각보다 무시 못한다."


나는 그제서야 내가 어렴풋이 느끼던 감정에 대해서 깨달았다. 선배들이나 직장상사에게 얻어먹던 그것들이 '심리적 부채'가 되어 나를 내리눌렀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잘해주려 노력했고, 도와주려고 노력했던 것이다. '심리적 부채'라는 단어는 퍽이나 마음에 들었다. 내가 동생들이나 대학생 친구들에서 사줬던 밥이 그냥 한순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 부채'로 남으니까 말이다. 회사원이였던 시절, 꽤나 많이 퍼줬으니까 더더욱 그랬으리라.


어느순간부터 얻어먹는 것과 사주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누군가에게 얻어먹을 때면, 나중에 어떻게 갚아야 할지 생각을 했다. 누군가에게 사줄 때면 내가 사줄만한 이유가 있었다. 막연함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머리 속에 있는 지갑에서 은혜가 계산되서 나오는 것이였다.


하지만 한가지 기억할 것이 남았었다. 내게 '심리적 부채'에 대해서 말했던 분은 마지막에 이런 말을 덧붙였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심리적 부채'를 느끼는 건 아니야."


호구가 되지 않으려면 사람을 잘 만나야 한다. 당신의 마음빚을 헤아려줄 상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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