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다가 문득 어떤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일종의 영감이라고 볼 수도 있다. 글을 쓸만한 소재 말이다. 그러나 그런 생각이 들지 않을 때가 더 많다. 예를 들어, 이번에 넷플릭스를 통해서 본 아이리시 맨이 그랬다. 그리고 더 셰프라는 영화도 마찬가지였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호기심이 있어야 한다. 작품 속 캐릭터의 행동에 대해서 궁금해야 하고 영화가 전해주는 메시지를 알아야 한다. 단순히 영화의 내용을 요약해주고, 재밌는지 재미없는지 알려주는 건 너무 뻔하니까. 뻔한 글을 쓰기 싫어진다.
아이리시 맨은 거장이라고 불리는 감독이 거장이라고 불리는 배우들과 함께 찍은 영화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미국의 시대상황을 반영한 조직 폭력배의 이야기랄까. 갱스터 또는 마피아라고 할 수도 있겠지. 그런데 막상 그렇게 표현하기 싫어지는 이유는 주인공 역을 맡은 로버트 드니로가 한 일이 그저 총질 몇 번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뭐랄까, 마피아나 갱스터 같지는 않으니까.
더 셰프는 브래들리 쿠퍼가 미슐랭 3 스타를 노리는 요리 영화다. 영화에서 담아내려고 한 것은 미슐랭을 위한 셰프들의 경쟁과 노력인 듯한데, 매우 불친절한 스토리 텔링 덕분에 재미는 반감되고 음식과 레스토랑의 분위기만 남은 영화였다.
두 편의 영화를 봤는데 딱히 머리에 남는 게 없었다. 그나마 생긴 호기심은 아이리시 맨이라는 제목의 의미였다. 왜 아이리시 맨일까. 그 당시 아일랜드 인은 미국에서 할 수 있었던 일이 트럭을 몰거나 갱스터가 되는 게 전부였을까. 아니면 또 다른 의미가 있어서 그럴까. 그나마 인터넷을 통해서 얻은 내용은 아일랜드가 가진 상징 중 하나가 토끼풀이고 그 색이 진한 녹색이라는 거다. 때문에 주인공이 자신이 들어갈 관을 직접 고르는 장면에 그는 가장 튀는 색을 가진 녹색 관을 택한다. 죽어서도 아일랜드 사람이라는 걸까.
영화를 보다 보면, 극찬을 받는 영화라도 나와는 안 맞을 때가 있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이해를 못할 때가 있고, 캐릭터가 행동하는 이유를 모를 때도 있다. 단순히 재미가 없을 수도 있고, 배우가 별로일 수도 있다. 그 결과 나는 영화를 보면서 새로운 생각이나 의견을 떠올리지 못한다. 감동도, 의미도 없는 킬링 타임, 시간을 죽이며 보는 영화가 되어버린다.
영화를 보면서 곰곰이 생각해보는 경우도 있다. 그런 영화는 글이 된다. 시간을 소비해서 영화를 보고, 시간을 더 소비해서 궁금한 장면을 찾아보고 글을 쓴다. 내가 몰랐던 걸 깨닫고, 숨겨진 의미를 찾아낸다. 그리고 감독이 전해주는 메시지를 기어코 찾는다. 그렇게 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