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스토브 리그
수확의 계절이 끝나면 추운 겨울이 성큼 다가온다. 시즌이 끝나면 또 다른 시즌을 준비하기 위해 바쁜 시기를 우리는 '스토브 리그'라고 부른다. 난로(stove)에 둘러앉아서 다음 시즌을 위해 상의하던 모습에서 유래된 단어인데 이 모습이 마치 시즌 중에서 경기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졌다.
드라마, 스토브 리그는 마치 난로에 근처에 있는 듯 연신 뜨거운 반응을 생산해내고 있다. 이것은 야구가 아니라고 말하는 포스터의 문구처럼 드라마가 담고 있는 내용은 단순한 야구 이야기가 아니다. 야구를 포함한 오피스 드라마라고 봐야 한다. 그럼 스토브 리그의 성공 요인은 무엇일까.
우선 야구팬심 자극이 첫 번째다. 야구라는 스포츠의 뒤편에서 활약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아냈지만 야구 선수와 관련된 내용들을 다루기 때문에 야구팬들의 팬심은 이미 사로잡은 상태에서 출발했다. 여기에 리얼리티까지 확실히 살려내면서 야구팬들은 비현실적인 드라마라고 하기엔 너무 적나라한 현실에 공감하며 보고 있다.
특히 초반부에 보여준 실책 장면은 야구팬들의 웃음과 슬픔을 동시에 선사해준다. 회차가 넘어갈수록 실제로 있었던 사건, 사고, 이슈를 다루면서 한국 야구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두 번째로는 배우의 연기다. 단장, 백승수 역할을 맡은 남궁민을 비롯하여 오정세, 박은빈 등 다양한 배우들이 정말 역할을 잘 소화해내고 있다. 정말 다양한 배우들이 등장해서 나오지만 신기하게도 그 배우가 예전에 맡았던 캐릭터, 배역에 대한 이미지가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 때문에 드라마에 점점 더 빠져들게 된다. 물론, 연기가 살짝 어설픈 사람들도 있다. 다행히 아직까진 드라마에 몰입하는데 큰 지장을 주진 않는다.
마지막으로 스토리텔링의 방식이다. 우리나라에서 대부분의 드라마는 연애 요소를 집어넣고, 스토리와 관계없이 이야기를 질질 끌고 가려는 경향이 있다. 처음부터 로맨스 드라마가 아닌데도 쓸데없이 로맨스를 끼어넣어 흐름을 망치곤 한다. 그런 잡스러운 요소는 드라마의 긴장감을 떨어트린다. 반면, 깔끔하게 이야기의 주제만 진행하면서 명확하게 기승전결을 만들어내는 드라마는 몰입도가 뛰어나다. 대표적으로 '미생'과 '비밀의 숲'을 예로 들고 싶다.
미생과 비밀의 숲은 배우의 섬세한 연기로 로맨스적인 분위기를 만들지만 이야기 내에서 직접적인 요소는 없었다. 현재까지 방영된 스토브 리그 또한 그렇다. 백승수 단장의 과거나 주변 인물들의 사연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집고 넘어가기보다는 배우의 섬세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과거의 사건에 대한 뉘앙스만 풍겨준다. 아,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구나 싶도록. 반드시 필요한 부분에서만 짧은 과거 회상을 보여주는데 이는 캐릭터에 대한 이해와 작품 속 인물의 행동에 대한 이해를 도와준다.
또한, 금토 드라마의 특징을 살려서 금요일에는 기-승을, 토요일 방영분에는 전-결을 보여주는 구조로 시청자가 다음 화를 본방 사수하게끔 만들었다. 깔끔한 스토리텔링으로 드라마의 긴장감을 한껏 불어넣는데 신기한 점은 새해로 인한 결방으로 순서가 살짝 바뀌면서 금요일 방영분에 전-결을, 토요일엔 새로운 주제에 대한 기-승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을 미치게 만들고 있다.
드라마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꼴찌 구단 프런트의 처절하고 냉정한 업무 이야기를 메인으로 가져가지만, 서브로는 단장, 백승수의 트라우마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메인 이야기는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까 궁금하다면, 서브 이야기는 과연 무슨 일이 있었을까 생각하게 만든다.
크게 이 3가지 요소는 드라마를 성공시켰다. 난로가 아니라 용광로처럼 펄펄 끓는 듯한 뜨거운 반응을 만들어내고 있다. 야구와 오피스, 그 둘의 조합을 성공적으로 만들어낸 각본가가 정말 대단하다. 심지어 입봉작이라고 하니 찬사를 보내고 싶을 뿐이다.
- 아니, 그래서 왜 설에도 결방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