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스토브 리그, 캐릭터 분석
테드 창, 노규태. 내가 그전에 봤던 배우, 오정세의 이미지다. 한 편의 영화와 한 편의 드라마로 배우 오정세의 팬이 됐다. 현시점 가장 뜨거운 드라마, 스토브 리그에서 그는 회장의 조카, 권경민으로 분한다. 보라색 정장을 차려입은 채 등장하는 그는 유독 색이 튀었다. 다른 재벌 3세 캐릭터와 비교하더라도 유난히 눈에 띄는 색, 보라색을 가지고 있었다. 보라색을 집요하게 고집하는 이유를 알고 싶었다. 보라색에는 황제만 쓸 수 있는 색이기도 하지만, 우울과 고독, 악과 갈등이라는 이미지도 가지고 있다. 권경민은 왜 보라색을 고집하고 있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우선 갈등을 상징한다. 남궁민이 연기한 백승수 단장은 신념을 가진 캐릭터로, 권경민이 극도로 싫어하는 캐릭터다. 때문에 첫 대면에서 입고 있는 보라색 정장은 백승수 단장과의 갈등을 암시한다.
보라색은 고독과 우울을 담고 있다. 재벌이지만 방계에 속하는 권경민은 늘 좋은 실적을 내고 있지만 회장 아들의 무시와 회장이 주는 실적 압박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에게 힘을 실어줄 아버지는 늘 사고만 치며 의지할 수 있는 가족도, 친구도 없는 것으로 비친다. 그는 혼자 일하고, 혼자 술 마시는 장면이 비친다.
반면, 종종 회장 아들에게 드러내는 라이벌 의식은 그가 가진 야망을 드러내기도 한다. 황제, 회장의 후계 자리를 탐내면서 회장의 눈에 들기 위해서 애쓰는 모습이 보인다. 그는 위로 올라가고 싶기에 실적을 내기 위해 애를 쓴다. 그가 늘 입고 다니던 보라색은 후계자가 되고 싶은 야망과 야망을 이루기 위해 벌이는 사건과 갈등, 그리고 자신의 환경에서 몰려오는 고독과 우울을 담아낸다.
드라마가 전개되면서 권경민은 보라색에서 자주색으로 넘어가기 시작한다. 자주색은 따뜻하지도 차갑지도 않은 색이다. 추운 겨울을 뜨겁게 달구는 스토브 리그와 어울리진 않지만 보다 차갑게 느껴지는 보라색보다는 따뜻해 보인다.
이는 구단의 해체를 바라는 회장의 생각과 구단의 우승을 바라는 백승수 단장의 사이에 있는 색이다. 백승수 단장은 권경민에게 이런 말을 한다.
말을 잘 들으면 부당한 일을 계속 시킵니다. 자기들의 손이 더러워지지 않을 일을. 조금이라도 제대로 된 조직이면, 말을 안 들어도 일을 잘하면 그냥 놔둡니다.
그 이후, 권경민은 술에 취해 사고를 친다. 자신을 무시하던 회장 아들을 줘 패 버리는데, 어찌나 때렸던지 그의 주먹엔 그가 입었던 정장과 비슷한 색의 피가 맺혀있다. 자주색은 갈등의 심화를 뜻하기도 한다. 피 튀기는 갈등이랄까. 아마도 권경민은 백승수 단장의 말을 조금씩 받아들이면서 말을 안 듣기 시작할 것이다.
백승수의 신념은 권경민과 대척점에 서있다. 말 잘 듣고 일 잘하는 권경민은 말을 안 들어도 일 하나는 잘하는 백승수를 싫어한다. 재송 그룹의 왕좌를 노리는 그의 야망과는 반대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두 가지 분기점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백승수의 말을 받아들여서 일만 잘하는 권경민이 될지, 회장 아들의 말처럼 일도 잘하는 머슴이 될지 말이다.
백승수의 말을 받아들인다면, 권경민은 보다 붉은 계열의 정장을 입고 나올 것이다. 그리고 구단을 해체하기보다는 좋은 가격에 매각하는 방법을 만들어 낼 것이다. 해체보다 매각이 그룹의 입장에선 더 좋으니까. 그저 머슴으로 남는다면 다시 보라색으로 돌아가 해체를 위해 백승수를 방해할 것이다. 그 분기점에서 선 그는 자주색 정장을 입고 있다. 그의 내적 갈등이 심화되어 겉으로 드러난 색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