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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도둑 Feb 26. 2017

4일 차

백화점 지하 1층, 베이커리 카페 '브리오 슈도 레'에서는 오흐 7시 30분부터 마감 할인을 한다. 17,000원 ~ 18,000원 대의 빵들 10,000원에 판매하는 이벤트로 폐기물량을 줄이는 데 사용된다. 이때, 몇몇 제품을 묶어서 할인하는데서 많은 갈등이 발생한다.


1. 하나만 더 주세요.

이곳은 백화점이다. 그런데 덤으로 하나만 끼워달라고 하시는 손님이 있다. 자기는 애가 3명이라면서 하나만 더 달라고. 비싼 옷 걸치시고, 비싼 밥 드시면서 왜 그러실까.


2. 이거 어차피 버릴 거잖아요.

오후 9시, 백화점은 문을 닫는다. 그때, 몇몇 사람들이 다가와서 말한다.

"이거 어차피 버릴 건데, 저 주세요."

종종 나는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인간은 장기적으로 보면 죽습니다. 그렇다고 지금 죽을 수는 없잖아요?"

그러나 목구멍까지 나온 말을 꿀꺽 삼키고 웃으면서 말한다.

"네, 폐기하고 보고해야 돼서 안됩니다."


3. 천 원만 깎아주세요.

천 원만 깎아주시면 사시겠단다. 이미 오천 원에서 팔천 원까지 할인된 빵을 더 깎아달라고 하신다. 그럼 늘 안된다고 대답한다. 그러면 대부분 비꼬는 말투로 이렇게 답하신다.

"네 에에 에~"

나는 웃으면서 같이 근무하는 친구에게 말한다.

"빵 말고 죽빵을 드리면 큰일 나겠죠?"


나는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사회에서, 군대에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기 때문이다. 물론 쓰레기 같은 사람도 많이 만났지만 잘 넘어갔기 때문에 별 신경은 안 쓴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다양한 경험을 배웠지만, 이 백화점 베이커리 카페에서는 나를 낮추는 겸손과 상대방의 무례를 참을 인내, 그리고 이 둘을 구별할 수 있는 수많은 경험을 배우게 될 것 같다.


겸손하다고 고객님보다 낮은 사람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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