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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도둑 Feb 26. 2017

타일러보다, 행동하자고.

"어느 날, 말로만, 글로만,
사랑하고, 이해하고, 아름답다고
소리치는 나를 아프게 발견하다.
이제는 좀 행동하지, 나를 타일러보다. "


그 날은 친구를 만나러 가던 길이였다. 지하철을 타고 반쯤 자면서 약속 장소로 향했다. 주말이지만 꽤나 이른 시간이라 사람이 별로 없었다. 한적한 지하철 내부, 내 옆에 누군가 앉았다. 인기척에 무심코 고개를 돌려 옆을 보니 예쁘장하게 생긴 여자가 앉아있었다. 스마트 폰과 연결된 이어폰을 귀에 꽃고서는 노래를 듣고 있었다. 잠시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다, 그녀가 시선을 느꼈는지 나를 슬쩍 바라보았다. 나는 다시 고개를 숙이고 자는 척했다. 심장이 조금 빠르게 뛰었다. 그녀는 내가 내리는 곳에서 한 정거장 일찍 내렸다. 자리에 일어서면서 긴 머리카락을 왼쪽으로 쓸어 넘겼다. 샴푸 냄새가 짙게 났다. 그녀는 그렇게 향기만 남기고 떠났다. 같은 정거장에서 내리게 되면 '꼭 말 걸어봐야지.'라고 다짐하던 멍청이를 내버려둔 채로.


오래간만에 본 친구 녀석은 살이 꽤 쪄서 볼이 오동통 했다. 예전에는 합기도를 해서 몸이 꽤나 좋았던 놈이었는데, 재수 생활과 신입생으로 1년씩 보내니 몸이 어느새 변했다고 한다. 그놈은 오늘도 외롭다고 한탄했다. 힘든 재수생활, 노력한 입시의 끝이 고작 이 정도의 대학생활이냐며 말이다. 로망도, 낭만도 없다고 짜증내던 그에게 말했다.


"낭만은 네가 거기서 만드는 거지, 그곳에 멍하니 서있다고 낭만이 생기는 건 아니야."

그는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서 너는 여자 친구 있냐?"


나는 킬킬 대면서 찬물을 마셨다. 목이 타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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