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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도둑 Mar 02. 2017

히어로의 비참한 노후, '로건'

히어로는 연금이 없다.

휴잭맨의 마지막 '울버린'이였다. 2029년, 돌연변이들이 사라지기 시작하고, 프로페서 X, 울버린은 늙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울버린이 안경을 쓰고 글자를 보는 디테일이 상당히 흥미로웠다. 울버린처럼 마블 코믹스에서 역경이 많은 캐릭터는 없을 것이다. 돌연변이(뮤턴트)로 내어나 살인병기로 길러지고, 사랑하는 사람을 수없이 잃고, 기억도 잃는다. 그나마 가족처럼 여기던 X-men들도 하나 둘씩 사라지니, 울버린이 아닌 '로건'으로 살아가는 것이 납득된다.


히어로가 늙으면 어찌 될까. 과거의 영광은 어디로 갈까. 그에 대한 '로건'의 답은 잊혀진다는 것이다. 엑스맨은 잊혀졌다. 그리고 현실이 아닌 만화책으로 남는다. 광기어린 포효를 지르며 적을 압살하던 울버린이 헉헉대면서 절뚝이는 로건이 되어버린 것이다. 요트를 사서 바다에서 노후를 보내려던 그의 소박한 꿈은 찬란하게 부서진다. 다름아닌 그의 유전자를 이어받은 한 소녀에 의해서 말이다.


'로건'은 R등급 판정을 받았다. 그래서 다행이였다. 그 덕분에 진짜 '울버린'의 모습을 볼수있었다. 클로를 통해서 상대를 무참히 베어넘기는 모습을 말이다. 다만, 늙은 울버린이 구타당하는 모습이 놀라울 뿐이다. 다른 울버린 시리즈는 막연하게 쓰레기였다면, '로건'은 구체적으로 명작이였다.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날뛰던 그가 총 한 두발에 쓰러지고 만다. 아다만티움 총알도 아닌, 일반 총알에도 그는 죽음의 숨결을 느낀다. 자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그를 불사의 존재로 만들던 '힐링 팩터'도 늙었음을 깨닫는다.


히어로에게는 노후연금이 없다. 만화책으로 아이들이 환상을 주던 그들은 늙고, 노쇠한 노인이 된다.

'로건'은 말한다.


"이런 기분이였구나."


그 동안, 죽음에게 한발짝 멀리 떨어져서 보던 울버린이 올드맨(oldman) '로건'이 되자, 죽음에 한발짝 다가가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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