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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돌이표

영화, 베오울프

by 글도둑

영화의 흥행 공식은 단순하지만 부진 공식은 다양하다. 흥행에 실패했지만 그 어떤 영화보다 매력적인 영화 베오울프를 소개한다.


베오울프1.png 자기소개

베오울프는 북유럽 게르만족의 영웅을 노래한 서사시를 원작으로 한 영화다. 2007년에 만들어진 CG 애니메이션 영화지만 지금 봐도 어색하지 않다. 모션 캡처를 통해서 연기했으며 레이 원스턴, 앤서니 홉킨스, 존 말코비치, 앤젤리나 졸리가 출연했다. 심지어 감독은 캐스트 어웨이, 포레스트 검프의 로버트 저메스키다. 근데 왜 흥행에 실패했을까.


다양한 이유 중 하나는 CG 애니메이션이다. CG의 퀄리티가 낮아서? 아니다. 그 당시에는 가장 기술력 뛰어난 영화였다. '애니'가 문제였다. 우리나라에서 애니는 가족들이 함께 보는 영화라는 인식이 강하다. 따라서 아이들과 함께 보는데 이 영화는 피 튀기며 싸우고 은근하게 선정적이다. 아이들의 눈을 가려줘야 하는 영화란 말이다. 때문에 애니를 기대했던 가족들에겐 당혹감을 준다. 반대로 영웅의 서사시로 보러 온 사람들은 실사 영화가 아니라 애니메이션이라는 부분에 실망을 한다. 정말 잘 만들었지만 영화 포스터는 마치 실사 영화처럼 만들어놨기 때문이다.


unnamed.jpg 영화 포스터


이런 장벽들을 건너뛴다면 베오울프는 매력적이다. 영화는 탐욕과 업보를 주제로 영웅의 일대기를 그려낸다. 덴마크의 왕국에서 왕과 왕비는 연회장에서 노래를 부른다. 그 소리는 저 멀리 늪지에 사는 괴물을 깨웠고 괴물은 연회장에 있는 사람들을 잔인하게 죽여버린다. 괴물이 나타났다는 소문을 듣고서 찾아온 예이츠족의 용사, 베오울프. 그는 이미 많은 괴물을 잡아 죽이고 유명해진 남자였다. 그는 연회를 다시 한번 벌이면서 괴물을 불러내려 한다.


그는 강인한 전사다. 그러나 강력한 힘만큼 욕망도 큰 사람이었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황금도, 나라도 아닌 명예였다. 그 누구보다 강하고 위대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욕망. 그렇게 그는 그렌델이라고 불리는 늪지의 괴물과 동등하게 싸우고자 갑옷을 벗고 칼을 던져둔다. 만용에 가까운 그의 모습은 우리를 두근거리게 한다.


영화, 베오울프를 끝까지 보고 난다면 도돌이표라는 글의 제목을 이해하게 된다. 탐욕스러웠던 과거는 현재의 우리에게 업보로 돌아온다. 단순히 흥행 실패한 재미없는 영화가 아닌, 매력적이지만 잊혀진 영화 '베오울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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