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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도둑 Feb 18. 2021

13. 꼬마 손님의 인사

오늘은 어떤 꼬마 손님을 만났습니다. 분홍빛 털모자가 귀까지 내려오고 분홍빛 패딩을 입고 있었습니다. 아빠의 손을 꼭 붙잡고 있던 꼬마 손님은 이제 막 유치원이나 들어갔을까요? 행동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워 보였습니다. 그런 꼬마 손님이 유일하게 아빠 손을 놓았을 때가 있었습니다. 아빠가 음료를 받고나서 꼬마 손님은 두 손을 아랫배에 가지런히 모으고 90도로 숙이면서 인사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 귀여운 모습에 저를 포함한 주변 사람들은 모두 흐뭇한 웃음을 짓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꼬마 손님은 일하던 저에게 즐거움을 주고 떠났습니다. 누군가에게 감사 인사를 받는 것은 늘 기분 좋은 일입니다. 특히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일을 가진 사람에게는 더더욱 기억에 남게 되죠.


저는 지나간 일을 잊으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가급적 긍정적인 생각으로 머리를 채우려고 하죠. 그러나 일을 하다 보면 마음에 상처를 주는 사람들 자주 접하게 됩니다. 나름 튼튼하다고 생각한 저의 멘탈도 종종 흔들리곤 합니다. 그럴 때면 이런 꼬마 손님을 떠올립니다. 아픈 마음을 달래주는 소중한 손님이죠.


카페에서 일을 하다 보면 인사를 하루에도 몇백 번씩 합니다. 그러다 보면 종종 목에 무리가 올 때도 있죠. 안녕하세요, 환영합니다, 감사합니다, 맛있게 드세요, 안녕히 가세요. 이런 말을 반복하면서 하루를 채워가지만 정작 일하는 저는 안녕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보통 술에 취한 손님은 어렵습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제 말은 듣지도 않죠. 게다가 의사소통이 잘 안되고 신경질 적일 때가 많습니다. 그 외에도 짜증 내는 손님, 귀에서 이어폰을 안 빼고 주문하면서 안 들린다고 쳐다보는 손님, 친구들과 이야기만 하고 주문은 안 하는 손님까지. 정말 다양하게 빡치는 사람들을 마주하다보면 인류애를 상실해가는 느낌입니다.


그렇기에 이런 꼬마 손님처럼 저를 웃게 해주는 손님들이 더욱 좋아집니다. 저보다 더 친절하게 주문하는 손님이 종종 있습니다. 주로 젊은 층의 손님이 그런데, 딱 봐도 어디서 알바 좀 하셨구나 하는 느낌이 오곤하죠. 자신이 직접 경험해본 만큼 더 공손하고 친절해지거죠. 그런 손님을 보면 어딜 가서도 사랑받겠구나 싶습니다.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알고 계신가요? 저는 그 영화에서 서서히 사회인으로 성장해가는 센을 봤습니다. 처음에는 감사 인사도, 노크도 안 하던 센이 다양한 경험이 쌓이면서 감사 인사와 노크가 습관화되죠. 그리고 다양한 요괴들의 총애를 받으면서 부모님을 되찾아 집으로 돌아갑니다. 어떻게 보면 센이 보여주는 인사의 중요성을 담은 영화라고도 볼 수 있겠네요.


오늘은 어떻게, 안녕하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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