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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도둑 Feb 21. 2021

14. 강아지

투명한 문 너머로 손님과 강아지가 보입니다. 손님은 카페 앞에 있는 나무에 강아지의 목줄을 묶어 놓고서 쪼그려 앉아 강아지를 몇 번 쓰다듬고서 카페 안으로 들어옵니다. 강아지는 자신을 두고 간 주인을 멍하니 쳐다봅니다. 그러다 주인이 유리창 너머로 자신을 쳐다보자 폴짝폴짝 뛰기 시작했습니다. 손님은 얼른 커피를 들고나가서 나무에게 목줄을 넘겨받습니다. 강아지는 폴짝폴짝 뛰며 주인을 따라 발걸음을 옮깁니다.

 

카페에서 일하다 보면 강아지를 종종 보게 됩니다. 묶어 놓고 들어오는 손님은 양반이죠. 강아지와 함께 들어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제가 일하는 매장에서는 강아지는 출입이 불가능합니다. 털 문제도 있고 혹시나 일어날 사고를 미리 예방하는 차원에서죠. 그래도 무시하고 들어오는 손님에게는 최대한 정중하게 입장 안된다고 안내합니다. 가끔씩 강아지를 안고 들어오시거나 가방에 넣고 오시는 분도 있습니다. 주인의 품에 안겨서 눈만 깜빡거리는 강아지를 보면 굉장히 귀엽죠.


저는 동물을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습니다. 그냥 동물이구나 할 뿐이죠. 간혹 아주 귀엽게 생긴 강아지나 고양이를 보면 귀엽다는 생각은 들지만 키우고 싶진 않습니다. 저에게 반려 동물은 외로움을 달래주는 친구라기보다는 부양해야 하는 가족에 가깝습니다. 종종 친구들이 고양이를 키우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저렇게 못하겠다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사료, 목욕, 병원비, 중성화 수술, 대소변. 동물을 기른다는 것은 나의 시간의 일부를 투자한다는 겁니다. 나 혼자도 책임지기 힘든데 누군가를 기른다니. 상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


다행히 친구 중에 고양이를 기르는 사람이 있습니다. 덕분에 고양이와 놀고 싶을 때면 친구네 집으로 갑니다. 러시안 블루라는 고양이 종인데 신기하게도 사람을 가리지 않고 만져도 가만히 있습니다. 먼저 와서 다리에 쓰윽 쓰윽 몸을 비비고 지나갈 때도 있죠. 아주 가끔씩 소파에 늘어진 제 위에 올라가서 고롱고롱 거릴 때도 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보드라운 고양이를 쓰다듬고 있노라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이런 게 바로 힐링이라는 걸까 싶죠.


그래서 종종 ‘고양이는 친구네 고양이가 최고다’라는 말을 합니다. 책임은 없으면서 고양이와 마음껏 놀 수 있거든요. 아직 무언가를 책임지고 기르기엔 제가 많이 부족한 걸 알기 때문에 저는 친구네 고양이로 만족하고 있습니다.


강아지로 시작해서 고양이로 끝나는군요. 반려 동물로 가장 많이 기르는 동물이 강아지와 고양이라서 그런가 봅니다. 반려동물을 기르시는 분은 기르기 전과 후가 어떻게 다른지 궁금하네요. 좋은 점도 많지만 힘든 점도 많을 듯싶어요. 친구의 옷에 늘 털이 붙어있는 걸 보면 마냥 좋지만은 않구나 싶죠.


저는 나중에 여유가 생긴다면 커다란 육지 거북이와 골든 레트리버를 기르고 싶습니다. 마당 딸린 집에서 여유롭게 지낼 수 있는 상황이 된다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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