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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도둑 Feb 22. 2021

15. 실수와 피드백

같이 일하는 동료가 실수를 했습니다. 스티커를 주는 이벤트를 하고 있었는데 스티커가 다 떨어져서 2장 줘야 하는 걸 1장만 줬다고 합니다. 그다음 날인 오늘 컴플레인이 접수됐습니다. 왜 한 장만 줬냐면서요. 물론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직원 잘못도 있겠지만 이벤트성으로 드리는 스티커인데 이렇게까지 했어야 할까?라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실수하고 살짝 기가 죽은 동료를 보면서 괜찮다고 다독여줬습니다. 일하는 매장에서는 실수에 대한 피드백을 주곤 합니다. 이렇게 행동하는 것보다는 이렇게 하는 게 좋다, 이런 방법도 있다는 걸 알려주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하죠. 물론 사람에 따라서 더 강한 사람이 있고 더 약한 사람이 있습니다. 저는 성격상 강하게 이야기하는 게 잘 안됩니다. 군대에서도 그랬습니다. 그나마 장난스럽게 농담을 던지는 경우가 더 많았죠. 피드백은 화를 내는 것과는 달랐습니다. 일에 대한 말에 감정을 섞지 않고 한다는 게 생각보다 힘듭니다.


단어의 선택이 중요하다고 느끼는 순간이죠. 이렇게 이야기하면 기분이 상하려나, 이런 단어를 쓰면 이상할까, 고민하게 됩니다. 고민을 하는 순간, 말을 해야 할 타이밍을 놓치기도 하죠. 실수했을 때 말하지 않고 나중에 이야기하는 것도 참 이상하거든요.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피드백이 아니라 욕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일에 대한 부분만 언급하고 고치도록 유도하면 되는데 감정을 건드리죠. 요즘엔 ‘볶는다’라는 표현을 쓰더군요. 왜 요리를 하면서 무언가를 볶을 때도 잘못하면 익히는 게 아니라 타버릴 때가 있잖아요. 근데 태우는 걸 목적으로 볶는 사람도 있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그런 사람들의 특징은 함께 일하는 사람을 긴장시킨다는 겁니다. 좋은 의미의 긴장이 아니라 아주 나쁜 의미의 긴장입니다. 같이 일하면서 손이 떨리거나 심적인 동요가 있어서 오히려 더 실수를 남발하게 만드는 긴장이죠. 그럼 악의 순환고리가 만들어집니다. 실수해서 혼나고, 긴장하고 일하다가 실수하고, 그럼 또 혼나기를 반복하는 거죠.


군대에서 한참 구르던 시절, 제가 들었던 가장 놀라운 말이 있습니다.


“난 경계 근무 나가서 시간이 제일 빨리 가더라. 시간 안 간다는 애들은 아직 뭘 몰라서 그래. 좀 지루하다 싶으면 부사수 털어. 털다 보면 금방 가.”


상병들이 흡연장에서 하던 이야기였죠. 그런 이야기를 듣고 나서 세상에는 사람을 괴롭히는 걸 즐기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사회에서도 그런 사람을 만나게 되죠. 그냥 ‘다음부터는 이렇게 하지 말고 이런 방법으로 해.’라고 하면 되는 걸 ‘왜 그랬냐’로 시작해서 ‘정신 안 차리냐, 똑바로 해라.’와 같은 말이 덧붙여집니다. 그렇게 멘털이 흔들리고 부서지고 깨져가죠. 그 경험 덕분에 누군가에게 피드백을 줄 때면 보다 조심스러워집니다. 절대 저런 사람이 되지 않을 거라고 다짐했던 그때 그 시절 덕분입니다.


저는 제가 싫어했던, 꼰대라고 생각했던, 악마처럼 보였던 그 사람처럼 되어가고 있지 않는가. 한 번씩 돌이켜보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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