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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도둑 Feb 24. 2021

17. 서비스 교육

오늘은 서비스 교육을 받았습니다. 인터넷 강의 형식으로 교육을 들었는데 내용은 그냥 그랬습니다. 서비스 교육을 듣던 도중, 읽었던 책 한 권이 떠올랐습니다. 군대에서 ‘장사의 신’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열정을 가지고 서비스를 제공하라는 취지가 비슷해서 그런 듯합니다. 장사의 신은 일본의 우노 다카시라는 요식업계의 대부가 쓴 책입니다. 자신의 사업 노하우를 칼럼식으로 집필하다가 인기가 많아서 책으로 엮어서 낸 거죠.


이 책을 읽고서 저는 막연하게 은퇴 후 가게를 차리는 생각을 했습니다. 여유 있게 장사하고 싶다는 어리석은 생각을 품었죠. 책에서는 진상과 매출 압박, 그리고 직원 다루는 방법은 나오지 않았거든요. 그저 장사의 좋은 면과 접대의 기술만 담아놓은 책이었죠. 자영업에 대한 환상을 품기 딱 좋은 책이었죠.


서비스 교육을 받다가 이 책을 떠올린 이유는 환상 때문이었습니다. 서비스 교육은 상황을 가정하고 진행됐습니다. 이런 식으로 설명하더군요. 집에 귀한 손님을 초대했다고 생각하라. 자연스럽게 집의 청소 상태와 준비한 음식의 퀄리티를 신경 쓰지 않겠나 라는 내용입니다. 여기서 의문이 들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서비스 업계는 뭔가 잘못된 부분이 있습니다. 우리는 거래를 합니다. 손님은 돈을 주고 원하는 음료를 삽니다. 우리는 손님이 원하는 음료를 주고 돈을 받습니다. 서로가 원했기 때문에 화폐와 물건을 맞바꾼 거죠. 이는 서로가 동등한 관계라는 의미 합니다. 그러나 여기서 경쟁이란 시스템이 작동합니다. 돈은 한정적이고 돈을 가진 손님 또한 한정적입니다. 그러나 물건을 파는 가게는 많습니다. 가게는 경쟁을 하게 되고 이로 인해 가격을 낮추던, 더 친절하게 응대를 하던 방법을 찾아서 손님을 끌어 모으려고 합니다. 서비스가 등장하는 순간입니다.


덕분에 서비스 업계는 음료 + 친절한 서비스를 돈 받고 팔게 되었던 거죠. 정당한 거래가 아니라 상하관계가 성립된 겁니다. 손님은 갑이요, 직원은 을이 되어버린 순간입니다. 서비스 교육을 들으면서 귀한 손님이란 단어가 참 슬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에 귀한 손님이 왔지만 우리는 집을 청소하는 하인일 뿐, 집주인이 아니니까요. 초대한 손님이 깽판 칠 때도 우리는 그저 허리 숙여 사과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종종 그런 생각이 듭니다. 서비스 업계에 있으면서 어디까지 친절해야 하며 언제까지 친절해야 하나. 갑질과 진상에 대항할 방법은 없을까. 특히 되지도 않는 이상한 요구를 하는 사람이 왔다 간 날이면 더욱 깊게 생각을 하곤 합니다. 과연 방법이 있긴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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