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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도둑 Feb 26. 2021

19. 라테는 말이야

라테는 말이야, 바닐라가 표준입니다.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라테에 바닐라 시럽을 넣어서 마십니다. 카페에서도 라테와 바닐라 라테를 다른 음료로 취급할 정도죠. 제가 일하는 매장에는 메뉴판에 라테만 있습니다. 그래서 종종 사람들은 바닐라 라테가 있냐고 물어보곤 합니다.

 

왜 바닐라일까요? 제가 일하는 매장에는 정말 많은 시럽이 있습니다. 바닐라 시럽 외에도 헤이즐넛, 캐러멜, 모카, 연유, 화이트 모카 등이 있죠. 그러나 라테에 추가하는 시럽은 대부분 바닐라 시럽입니다. 왜 바닐라일까. 우리나라만 그럴까.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궁금한 게 생기면 저는 뇌를 먼저 굴려서 뇌피셜을 짜내 봅니다. 바닐라는 일상생활에서 가장 많이 접하는 향신료입니다. 가장 기본적인 아이스크림은 바닐라 아이스크림이죠. 유제품에 가장 흔하게 들러붙은 단어가 ‘바닐라’입니다. 때문에 사람들은 가장 익숙하고 자주 접해본 바닐라라는 단어를 기억하게 된 게 아닐까요? 그래서 라테에도 가장 익숙한 향인 바닐라 시럽을 먼저 찾게 되는 거죠.


뇌피셜이 만족스럽지 않을 때는 인터넷을 뒤져보곤 합니다. 우선 바닐라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겠죠? 바닐라는 식물 바닐라의 과실을 이용해서 만든 향신료입니다. 열매인 바닐라 빈을 꼬투리째 발효시켜서 향료로 사용합니다. 바닐라 빈은 검 갈색의 광택이 도는데 안에는 끈적하고 작은 알갱이들이 가득합니다. 이 알갱이를 긁어내서 사용하거나 바닐라 빈 통째로 사용하기도 하죠. 여기서 나온 향을 추출하여 시럽으로 제조한 것이 바로 우리가 즐기는 바닐라 시럽입니다.

  

이 천연 바닐라 향은 생산되는 양이 적어서 정말 비싼 향신료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값싼 합성 바닐라 향이 나와서 식품 첨가제로 많이 쓰인다고 합니다. 냄새를 맡아보면 무게감이 살짝 느껴지면서 달콤하고 부드러운 향이 납니다. 이런 향 때문에 제과나 아이스크림 제조 시, 계란과 우유의 잡내를 제거하고 풍미를 돋우는 목적으로 많이 쓰입니다.


다시 라테로 돌아가 봅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라테의 기본은 뜨거운 음료입니다. 뜨거운 에스프레소 샷과 따뜻하게 데운 우유가 들어갑니다. 여기서 우유를 70도 이상으로 가열하는 경우 비린 맛이 나기 시작하기 때문에 우유는 65도 안팎으로 스팀 하게 됩니다. 제대로 데워진 우유는 부드럽고 매끄러운 거품과 우유의 단 맛이 나게 되죠. 이때, 우유의 비린내와 커피의 풍미를 더 돋궈줄 향 시럽이 바로 바닐라입니다. 우유의 비린 맛을 잡아주면서 커피의 향을 지워버리지 않기 때문에 바닐라 향을 사람들이 많이 찾는 게 아닐까요? 게다가 캐러멜의 꾸덕하고 진한 맛을 원하는 사람들은 캐러멜 마끼아또가 있고 초콜릿을 원하면 카페 모카가 있죠. 때문에 겹치지 않는 포지션은 결국 라테밖에 없습니다.


인터넷을 뒤지면서도 바닐라 라테의 유래는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라테는 말이야, 왜 바닐라 시럽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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