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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도둑 Feb 23. 2021

16. 아침의 저기압

매장을 오픈하는 날이면 아주 이른 아침부터 일어납니다. 아침밥도 거른 채로 버스에 몸을 싣죠. 버스에서 반쯤 졸면서 도착한 매장은 어두컴컴합니다. 불을 켜고 출근 준비를 할 때도 정신은 꿈과 현실 그 사이를 맴돌고 있죠. 그토록 이른 아침에 준비를 하는 이유는 출근길에 들리는 손님들을 잡기 위해서입니다.

 

POS를 켜고 노래를 틀고 에스프레소 머신의 세척 알약을 돌립니다. 어둡고 조용하던 매장이 밝게 물들고 노래가 흘러나올 무렵에 정신을 차립니다. 그때쯤 돼서야 함께 일하는 직원과 말을 하기 시작합니다. 아침에는 서로 졸리고 바빠서 인사를 빼고서는 제대로 말할 틈도 없습니다.


가끔씩 같이 일하는 직원들에게 ‘기분 안 좋은 일 있으세요?’ 라거나 ‘여자 친구랑 싸웠어요?’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도 있습니다. 그냥 아침이라 졸려서 그런 건데 말이죠. 아침에는 저기압처럼 보인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습니다. 저는 평소대로인데 말이죠. 어디선가 주워듣기로는 일어난 지 한 시간 정도 지나야 뇌가 완전히 깨어난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전까지는 저기압처럼 보이는 거죠.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아침에 대충 인사를 하고 열심히 오픈 업무를 하고 나서 같이 일하는 동료를 봤더니 표정이 굳어 있었습니다. 혹시 기분 나쁜 일 있었냐며 물어봤더니 아침에 저기압이었던 건 저 아녔냐며 질문이 돌아왔습니다. 저는 그제야 아침에 있던 일이 생각났습니다. 몽롱한 상태로 했던 인사가 제대로 안 들려서 인사를 무시한 게 돼버렸나 봅니다. 제가 아침에 제정신이 아니라는 걸 이야기를 하면서 사과를 했습니다. 아침부터 기분 상하게 해서 미안하다고요.


종종 제 의도가 아닌데 상처를 주는 일이 생기곤 합니다. 그럴 때마다 가급적이면 활발하게 하려고 하는데, 다른 것도 아닌 잠에 대한 건 어떻게 할 수가 없더군요. 몇 시간을 자던 새벽같이 일어나서 출근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특히 스케줄로 근무하면서 일어나는 시간이 뒤죽박죽인 경우에는 더더욱 힘들죠.


오늘은 6시 출근, 내일은 10시 출근, 내일모레는 오후 2시 출근. 스케줄 근무의 가장 큰 단점이 바로 기상 시간입니다. 6시에 출근해서 매장을 열려면 5시에 일어나는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은 4시에 일어나기도 합니다. 아침을 여는 커피를 내리기 위해 바리스타는 오늘도 새벽에 일어나 출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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